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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라크 파병안 통과/美·터키 주고받기식 "파병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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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라크 파병안 통과/美·터키 주고받기식 "파병 거래"

입력
2003.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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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파키스탄과 함께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파병을 요청받은 터키가 7일 비교적 일찌감치 파병을 결정한 것은 파병을 둘러싼 미국과 터키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터키 의회는 이날 레젭 타입 에르도간 총리 정부가 제출한 파병안을 찬성 358 반대 183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터키는 이라크 무장세력과 총부리를 맞댈 사실상 첫 무슬림 군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터키 국민의 파병반대 여론이 높은데다 터키군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거부감이 높은 점 등으로 볼 때 터키군 투입이 곧 이라크 안정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미·터키 정부간 합작품

파병안 통과는 에르도간 총리 정부의 최대 정치적 승리로 평가된다. 이라크 파병을 통해 터키는 손상된 대미관계 개선과 쿠르드족 문제에 대한 미국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라크전 직전인 3월 미군 주둔안을 부결시켰던 터키 의회도 그 여파로 미국과의 관계가 냉각되고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제시한 85억 달러의 차관마저 물거품이 될 상황에 처하자 65%에 이르는 높은 반대여론에도 불구, 정부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미국은 터키군 파병의 대가로 이라크 북부 자치지역에 거점을 둔 쿠르드노동자당(PKK) 반군의 위협을 제거해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군의 가세는 이라크 문제로 나라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던 부시 행정부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특히 수니파 저항세력의 반발이 심한 이라크 중부지역을 터키군이 맡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라크 안정에 도움?

하지만 파병의 성공을 가로막는 암초도 만만치 않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이라크인들의 반 터키 정서. 미군의 감독을 받는 이라크 과도통치위는 터키의 파병 결정이 나오자 즉각 반대의사를 표했다.

미군의 입장 때문에 반대 결의안은 채택하지 못했지만 마흐무드 우스만 과도통치위 위원은 "터키의 파병은 옳지 않으며 치안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쿠르드민주당(KDP) 등 쿠르드계 무장 정당들은 "터키의 파병은 곧 영토적 야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터키가 오토만 제국 시대부터 1차 세계대전까지 약 400년간 이라크를 지배했던 역사적 경험도 반 터키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터키군이 적시에 파견될 수 있을지도 의문으로 떠오른다. 터키 정부의 파병안은 파병 기간만 최장 1년으로 잡고 있을 뿐, 파병 규모와 주둔 지역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1만 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 반대를 고려한 에르도간 총리는 이날 "구체적 파병 형태는 시간이 결정해 줄 일이며 추후 사태 전개에 달려있다"며 신중을 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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