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창제 557돌을 맞으며 돌아보는 우리의 자화상은 자부심보다는 부끄러움이 크다. 선조들이 만들어준 우수하고 위대한 한글을 아름답게 가꾸고 다듬기보다, 훼손이 더 심하기 때문이다. 국제교류 증가와 신기술 도입이라는 현대문명의 특성상 외국어·외래어 사용의 증가가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한글 훼손은 불가피한 정도를 넘었고, 무분별하고 과다한 외국어 사용이 유행처럼 돼가고 있다.한글 훼손의 심각성은 최근의 조사에서도 명료하게 드러난다. 방송위원회에 따르면 지상파 3사 프로그램의 외국어 제목은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여 우리말 홀대현상이 우려의 수준을 넘었다. 사용비율도 전년에 비해 4.7%나 증가하여 점차 심화하고 있다. 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제작진의 우리말에 대한 책임의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신문의 많은 외국어제목 역시, 만연한 외국어 선호풍조와 설익은 겉멋을 보여주고 있다.
공공기관마저 이런 잘못된 경향에 일조하고 있으니 말해 무엇 할까. '정책 프로세스개선 비서관' '국정과제 태스크포스 비서관' 등 직책명과 '코드' '로드맵' 등을 남발하는 청와대, 소식지 'Open Law' 를 발간하는 법무부, 회사이름을 'KT& G' 로 바꾼 담배인삼공사 등이 한글단체에 의해 '우리말 훼방꾼' 으로 꼽혀, 일부는 명칭을 바꾸기도 했다.
나라 밖에서는 오히려 한글의 위상이 높아 가고 있다. '한류' 열풍과 더불어 관심이 높아져 한국어를 배우는 나라가 부쩍 늘고 있다. 전세계 대학의 한국어과나 한국어 교육기관은 400개 가까이 된다니 자랑스럽다. 우리가 세계에서 정보통신 강국이 된 것 또한 한글의 우수성과 편리성 덕이 크다. 국민의 바르고 아름다운 정서함양과 한글 위상을 높이기 위해, 우리 언어생활을 냉철하게 되돌아 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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