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위기에 처한 베트남 사람들을 위해 7년 동안 300여명을 대상으로 무료 안과수술을 해준 한국의 의료진이 훈훈한 미담을 낳고 있다. 이경헌(54) 원장 등 부산 성모안과병원에서 일하는 8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 주인공.이 원장이 무료봉사에 나선 것은 1995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안과학술대회에서 베트남 의사 쿠엔 칸 리엔 박사(베트남 칸토병원 안과과장)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리엔 박사가 베트남의 참담한 의료 현실에 대해 털어놓으며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이 원장은 주저하지 않고 도움을 결심했고 동료 후배 의사들도 기꺼이 이에 응했다. 이 원장은 1996년부터 매년 1∼3회씩 의사 2명, 간호사 2명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된 의료진을 베트남 현지로 보내 한번에 20∼30명씩 무료수술을 실시했다. 의료진이 한 번 움직이는데 항공료 등 기본 경비만 1,500만원 이상이 들었지만 이 원장은 기꺼이 감수했고, 베트남 현지 언론의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1997년에는 베트남에 현지인 의사 2명을 두고 호치민시와 남부지역의 환자들에게 무료 시술을 했으며, 그 이듬해부터는 대상을 넓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근로자들에게도 의료봉사를 해오고 있다. 이달 23일에는 베트남 동나이성 '태광비나' 근로자 및 가족 30명에게 '빛'을 찾아 줄 예정이다.
이 원장은 "현지의 안과의료 수요가 폭주해 내달 베트남 호치민시에 지상 4층 30병상 규모의 병원을 세워 한국의사 1∼2명과 베트남 의사 3∼4명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한국이 참전했던 베트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는 소박한 취지에서 시작한 일인데, 한국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인상이 좋아지는 등 뜻밖의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어 보람"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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