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마텔의 '파이의 일생'이라는 소설에 보면 세발가락 나무늘보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늘 잠만 자고 게으르고 동작이 굼뜨기로 유명한 이 동물은 몇 번을 건드려야 겨우 졸린 눈으로 물끄러미 사람을 쳐다본다고 한다. 귀도 어두워서 총소리쯤 돼야 겨우 반응을 보이고 그나마 낫다는 후각도 나뭇가지가 썩었는지 안 썩었는지 판별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물학자 불록에 의하면 적지 않은 나무늘보들이 썩은 나뭇가지에 매달렸다가 땅으로 떨어진다고 한다.그럼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 바로 그 어찌할 수 없는 수면벽과 천성적인 게으름이 나무늘보 생존의 비밀이다. 너무 느리다 보니 위험한 길은 아예 가지를 않고, 늘 가만히 잠만 자고 있으니 재규어나 표범, 독수리 같은 포식동물의 주의도 끌지 않는다는 것이다. 털도 무성해서 멀리서 보면 꼭 흰개미집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그냥 대수롭지 않은 나무의 한 부분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채식주의자'이며 자연과 완벽하게 동화되어 살아간다. 항상 흐뭇한 미소를 띠고 있다는 그 세발가락 나무늘보. 가끔 어떤 사람은 너무 바쁘게 살아서 문제다. 그가 바쁘면 바쁠수록 이상하게 세상은 어지럽고 어수선해진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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