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썬앤문 그룹 전 부회장 김성래(53·여)씨의 농협 사기 대출 사건이 종결되기 전에 썬앤문에 대한 채권을 스스로 포기, 고스란히 대출금 100억여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7일 밝혀졌다. 더욱이 김씨는 자신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에서 "농협 대출은 원래 불법이었으며, 농협의 고위 간부를 잘 안다"는 등의 발언을 해 농협 대출 과정에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농협 105억 날렸다
검찰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농협은 3월 썬앤문 계열사인 대지개발이 농협 원효로지점 115억여원 사기대출 혐의로 김씨를 고발하자, 대출 연대보증을 선 대지개발의 양평TPC 골프장에 대해 4월4일 115억여원 상당의 가압류 조치를 취했다. 농협은 그러나 사기대출 사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고 김씨와 김씨 부하직원 L씨 등이 "썬앤문이 관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3개월 만인 7월14일 골프장에 대한 가압류 조치를 해제했다.
농협은 또 미미한 액수라도 채권 회수에 열을 올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출금의 대부분인 105억여원을 서둘러 자체 손실 처리키로 사실상 결론 내렸다.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은 지난 2일 국회 농수산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강성구 의원 질의에 대해, "김씨 대출과 관련, 건질 수 있는 돈은 미미하고 나머지는 결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농협은 가압류 말소 조치와 관련, "검찰 수사 결과 썬앤문 측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결론 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석연치 않은 검찰수사
실제로 검찰은 썬앤문측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농협 대출은 원래 지난해 11월 썬앤문측이 농협과 골프 분양회원권을 담보로 대출을 하기로 약정을 맺었던 사안이었다. 당시 양평TPC 골프장은 최종 건축 준공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여서 회원권 분양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이를 담보로 한 대출은 훨씬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김씨는 이 사건에 대한 비밀 대책회의 내용이 담긴 '녹취록'에서 "회원권 분양 자체가 불법이라 썬앤문이 꼼짝 못한다" "농협 중앙회장을 당선시킨 분을 '오빠'라고 부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대출 성사 단계에서부터 공모 등 불법 행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김씨가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이사회 의사록 등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의 사기 대출을 37번이나 반복하는 동안, 썬앤문측도 2차례나 회원분양권을 담보로 대출받은 적이 있어 김씨측의 '단독 범행'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한편 썬앤문측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농협에서 골프장의 가압류를 풀어준 것이고, 농협 대출 약정 체결 과정에서 불법 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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