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가워졌다. 찬 공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여름이 마냥 아쉽다. 열대의 바다와 태양을 가슴 속에 떠올린다. 필리핀의 세부.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곳 중의 하나이다. 그러면서도 잘 모르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한적한 열대 리조트의 정취와 화려한 밤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 세부이다. 찬바람을 피하는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다른 열대 휴양지와 마찬가지로 리조트가 여행의 중심이다.필리핀은 7,000여 개에 이르는 섬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휴양지이다. 세부섬은 필리핀의 숱한 섬들 가운데도 매우 특별한 섬이다. 중심 도시인 세부 시티는 필리핀에서 마닐라 다음으로 경제가 활성화한 상업도시이자 남부 필리핀의 교통 요지로, 필리핀의 여왕도시라고 불린다.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세계를 일주하던 마젤란이 태평양을 건너 도착한 섬이 바로 세부이다. 마젤란은 세부섬 바로 옆에 붙은 막탄섬에서 원주민과 싸우다가 결국 죽고, 이후 스페인 세력은 세부 섬을 기점으로 필리핀 공략에 나서 필리핀 전지역을 식민지로 삼고 종교,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필리핀은 지금도 아시아 유일의 카톨릭 국가이고 영어와 스페인어가 사용된다.
자연의 빛깔도 아름답다. 특히 일곱 색깔의 바다와 고운 모래가 어우러진 해변은 다이빙 마니아들과 신혼부부, 가족여행객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매력적인 휴양도시 세부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2000년 하반기 서울-세부간 직항로가 개통되면서부터.
인천 공항과 부산 공항에서 4시간이면 바로 도착할 수 있는 세부는 괌과 사이판의 장점인 단거리, 휴양, 레포츠에 엔터테인먼트의 장점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세부 막탄섬에 있는 국제 공항을 통해 한국은 물론 일본, 유럽에서 일년 내내 휴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세부 여행은 리조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리조트들은 세부 본섬이 아닌 국제공항이 위치한 막탄섬에 위치하고 있다. 공항에서 30분 이내에 체크인이 가능하다. 형식과 분위기도 다양하다.
마리바고 블루워터 리조트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원시자연으로 회귀한 듯 한적한 어촌마을에 있다. 코티지와 방갈로가 어우러진 자연친화적인 리조트다. 복잡한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이라면 완벽한 휴양과 재충전이 가능한 곳이다.
우선 프라이빗 비치가 으뜸이다. 고운 백사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두개의 야외 수영장, 필리핀 전통 뷔페 식당과 해산물 식당, 바, 비즈니스 센터, 마사지 등 초특급 리조트에 어울리는 훌륭한 부대시설을 자랑한다. 이밖에도 카누, 카약, 워터 바이크 등의 다양한 무동력 해양스포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리조트를 벗어나 아일랜드 호핑 투어(island-hopping tour)나 바다낚시, 무인도 탐사 등 선택 관광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세부는 산호섬이어서 스킨 스쿠버나 스노클링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막탄 섬 동쪽, 올랑고섬 근해의 바다 밑은 산호와 열대어의 밀집 장소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가 많아서 세계의 다이버들이 즐겨 찾고 있다.
이 곳의 객실은 크게 비치윙과 가든윙 두 가지가 있는데 비치윙에는 8개의 로얄 방갈로와 26개의 딜럭스 룸이 있으며 가든윙에는 4개의 가든 패밀리 룸과 40개의 디럭스 룸이 있다. 전체적인 객실 규모가 다른 리조트에 비해 넓고 객실수가 가장 적은(80여 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잘 꾸며진 수영장은 느긋한 휴식을 즐기기엔 좋으며 풀사이드바에서 간단한 요기를 할 수도 있다. 리조트 앞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알레그로섬이 있어 섬 속에서 또 다른 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일본인과 유럽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리조트이다.
세부 샹그릴라는 총 546개의 객실을 보유한 대규모 리조트다. 다른 리조트처럼 야자수 높이로 아담한 것이 아니라 10층 이상의 높은 건물로 호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현재 리노베이션 공사가 진행중이라 일부 객실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리조트 앞에는 새파랗고 맑은 바다와 한적하고 넓은 전용비치가 있고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비치 바로 앞에 있는 객실을 이용하려면 상당한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객실수가 많아서 성수기에는 시설 이용시 약간의 번잡함을 느낄 수 있다.
플랜테이션 베이 리조트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바로 바닷물로 채운 인공 수영장이다. '세계 최대의 수영장'이라고 자랑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거대한 해수풀장 옆으로 8개의 작은 풀장들도 있어 투숙객의 입맛에 맞춰 풀장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수영장 시설이 뛰어난 대신 세부의 자랑인 아름다운 해변을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자연 환경과 휴양을 중시하는 일본, 유럽인보다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리조트이다.
/이성훈 가야여행사 대표
열대과일 "꿀꺽" 눈부신 야경 "찰칵"
세부는 일반적으로 한적한 휴양지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30분 가량 차를 타고 세부 시티로 넘어가면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많다. 세부를 찾은 외국 관광객(주로 일본, 유럽인)들은 저녁에 세부 시티로 나가 현지체험을 한다.
탑스라는 곳이 가장 인기다. 세부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시내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약간의 입장료가 있고 구불구불 산길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대가는 값지다. 가슴이 탁 트이는 언덕으로 현지 연인들이 그들만의 데이트를 하기 위하여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다.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좋은 곳이다. 사진을 찍을 때 일반 카메라는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캠코더를 준비하시면 아름다운 야경을 담아갈 수 있다.
세부 시내의 가이사노 컨트리몰 앞에 위치한 과일시장도 꼭 들러봐야 할 곳.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열대 과일들을 싸게 팔고 있다. 최근 국내에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망고의 주산지가 바로 세부.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망고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상당히 밝게 조명을 비추기 때문에 과일의 색깔이 정말 아름답다. 여기서는 일반 카메라로도 아름다운 사진이 나온다.
주크 박스는 필리핀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밴드들이 노래를 하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록카페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곳의 노래는 모두 생음악이다. 우리나라 유명 호텔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밴드가 필리핀 사람들이듯, 음감을 타고난 낙천적인 필리핀 사람들은 세 사람이 모이면 노래를 하고, 네 사람이 모이면 춤을 추고, 다섯 사람 이상이 모이면 밴드를 구성해 공연을 한다고 한다.
이 곳에서 한국 노래를 신청하면 오래된 고전 음악이 아닌 최신곡을 불러준다. 가끔 한국인 관광객들이 무대를 점령하거나 술에 취해 소란을 부리지만 맘이 여유로운 필리핀 가수들은 인상 한 번 찌푸리는 경우가 없다.
● 필리핀 세부 여행법
필리핀은 인구 8,000만명으로 7,107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섬의 면적을 모두 합치면 30만㎢로 한반도의 1.3배에 해당된다. 말레이족이 대부분으로 83%가 가톨릭 신자이다. 평균 기온은 섭씨 25도이고 가장 더운 5월에는 40도까지 올라간다. 화폐는 페소이며 미화 1달러가 50페소 정도이다. 전압은 220볼트이지만 리조트에서는 110볼트의 잭을 별도로 구비하고 있다.
필리핀 여행엔 비자가 필요없다. 비자 없이 최장 21일간 머무를 수 있다. 워낙 많은 관광객이 왕래를 하기 때문에 비행편도 많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필리핀 항공이 운항한다. 인천 공항에서 매주 수, 목, 토, 일요일에 직항 비행기가 운항한다. 오후 9시45분에 이륙해 이튿날 오전 1시15분에 도착한다. 비행시간 4시간30분. 부산 공항에서도 매주 수, 일요일 직항 비행기가 운항한다. 오후 9시에 출발, 다음날 0시 25분에 도착한다.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느리다.
필리핀 사람들은 외양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짙다. 깨끗하고 세련된 복장을 유지하면 대접을 받는다. 리조트를 제외한 시설에서는 공식적인 자리에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으면 안되며,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구두를 신고 컬러가 있는 상의를 입어야 한다. 라운드 티셔츠는 사절이다. 영어가 어디에서나 소통되기 때문에 간단한 영어회화만 알면 여행하기가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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