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설악산 가는 길은 최악이었다. 연휴여서 차가 몰리기도 했지만 한계령 등 고갯길에 차를 마구 주차한 채 산에 오른 몰염치 산꾼들 때문에 다른 차들이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그래서 산행을 포기하거나 계획을 바꾼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망할 것은 없다. 단풍은 겨우 7부 능선까지 내려왔다. 설악산은 이제부터 20일까지가 본격적인 단풍산이다. 여행의 일정별로 설악산의 단풍을 만끽 할 수 있는 요령을 알아본다.당일치기
바쁜 사람이라면 산행보다 하루 일정의 여행이 좋다. 그러나 15일 이후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단풍이 산 아래로 내려온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비선대 코스. 설악동에 차를 세우고 소공원을 지나 비선대로 든다. 차가 다니는 넓고 평탄한 길이다. 노인이나 어린 아이가 있다면 가족 산보로 최적이다. 천천히 걸어도 왕복 2시간. 비선대 앞의 계곡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걸음이 빠르다면 양폭대피소까지도 오를 수 있다. 왕복 3시간 정도를 더 생각해야 한다.
비룡폭포 코스는 비선대보다 힘이 든다. 설악동 소공원에서 왕복 약 5㎞로 2시간 남짓 걸린다. 울산바위에 오르는 것도 인기가 높다. 왕복 8㎞ 정도이지만 힘든 곳이 많다. 3시간 30분 정도 예상해야 한다.
내설악 쪽의 인기 코스는 백담사계곡. 백담사 입구인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왕복 약 15㎞ 구간이다. 입구 주차장에서 중간지점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그러나 버스를 타면 백담계곡의 진수를 그냥 지나친다. 힘이 들더라도 걷는 것이 좋다. 시멘트 포장길로 경사가 거의 없다. 4시간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시간이 남는다면 수렴동 대피소까지 간다. 몇 곳의 고개와 물가에 난 길을 제외하면 대부분 아늑한 숲길이다. 왕복 2시간을 더 할애해야 한다.
1박 2일
집에서 새벽에 출발해 오전 중에 설악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해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오색(3) 코스로 올라 천불동 계곡(1)으로 하산하는 것. 16㎞로 약 14시간이 소요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대청봉을 공략하는 이 코스는 가장 짧은 대신 가파르고 지루하다. 천불동 코스도 희운각에서 소청봉까지의 길이 험난하다.
한계령(4)에서 올라 서북능선을 타고 중청을 거쳐 대청봉에 오른 뒤 오색으로 하산하는 길은 부지런하다면 당일치기로도 가능한 산길. 서북능선에서 바라보는 용아장성의 모습이 압권이다.
대청봉에 욕심이 없다면 천불동 계곡(1)을 타고 희운각까지 올라간 뒤 공룡능선(6)을 공략하고 다시 비선대로 내려오는 방법이 있다. 공룡능선은 험한데다 길이 헷갈리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 비선대에서 마등령-오세암을 지나 백담계곡(2)으로 하산하는 산길도 있다. 역시 대청봉을 보지는 못한다.
2박 3일
아침 일찍 산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설악산 인근에서 1박을 해야 한다. 그래서 2박 3일이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설악동에서 출발해 비선대-천불동계곡(1)-희운각-소청-중청을 거쳐 대청봉에 오른 뒤 봉정암-구곡담-수렴동-백담계곡(2)으로 하산하는 방법이다. 32.8㎞로 산행시간만 19시간이 걸린다.
아직 해가 있을 때 정상에 도착하지만 내려가는 도중에 캄캄해진다. 그래서 산 위에서 하룻밤을 자야 한다. 중청산장과 소청산장이 있다. 중청산장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운영한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는데 10월 한달간 예약은 모두 끝났다. 오후 5시부터 숙소에 입장하는데 예약을 펑크내는 사람이 있으면 잠자리를 얻을 수 있다. 물이 귀한 곳이기 때문에 밥 지을 쌀은 산 아래에서 씻어가는 것이 좋다. 세면은 물론 생각할 수 없다.
소청산장은 개인이 운영한다. 예약을 받기도 하지만 선착순으로 잠자리를 제공한다. 근처에 시원한 샘물이 있어 물걱정은 안해도 된다.
십이선녀탕계곡(5)으로 올라 서북부능선을 타고 대청봉을 공략한 뒤 천불동(1)이나 백담계곡(2)으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다. 길고 힘든 길이다. '산 사람'이라는 별칭을 듣지 않는다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설악산=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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