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부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시부모와 함께 살 것만을 강요한 남편이 이혼과 함께 거액의 위자료를 지급하게 됐다.2000년 인터넷 동창회 사이트를 통해 15년여 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 A(남·32)씨와 B(여·32)씨는 지난해 4월 결혼식을 올리고 대전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사법연수원생으로 법원 실무수습 과정이던 A씨와 대전 정부종합청사 공무원이던 B씨의 단란했던 신혼생활은 두 사람이 근무지를 서울로 옮기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서울 본가에서 시부모와 함께 생활하게 된 A씨는 시부모 모시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아내가 못마땅했다. 가사와 직장일을 동시에 하느라 며느리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생각에 실망감이 들기도 했다.
아내에 대한 A씨의 불만은 B씨가 친정에서 "시부모가 무식하다" "시누이가 버릇없다"고 말한 사실을 알게된 뒤 극에 달해, 자신의 생일에 양가가 식사를 하자는 처가의 제안까지 거절했다. 또 이야기를 하자는 손위처남의 제안도 번번이 거절했다.
자신은 공부를 이유로 다른 곳에 거처를 마련하면서도 B씨가 친정에 갔다오겠다고 하면 모욕감을 줬다.
B씨는 지난 해 10월 친정에 머물다 시댁에 돌아왔다가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남편의 말을 시누이로부터 전해듣고 결혼 7개월 만에 이혼소송을 냈고 A씨도 맞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이강원 부장판사)는 7일 "시부모를 모시는 아내의 부담을 헤아리지 못한 A씨에게 결혼 파탄의 책임이 더 많다"며 "두 사람은 이혼하고 A씨는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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