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하여 현지를 다녀온 정부 합동조사단 보고서의 신뢰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단장은 "한국군 파병후보지로 유력시되는 북부 모술지역 등은 치안질서 면에서 안정이 유지되고, 테러 위험성이 감소 추세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비해 민간전문가인 박건영 교수는 "이 지역에 불과 4시간 머물렀고, 헬기로 20분, 자동차로 20분, 그리고 주민과 나눈 5분간의 대화를 통해 작성된 보고서를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였다.유엔이 발표한 이라크 안전보고서는 바그다드를 제외하고 이라크에서 가장 많은 공격이 일어나는 곳은 모술이고, 바그다드를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50%가 이곳에서 일어난다고 보고하였다. 여기에서는 9월중 하루 평균 1∼3건, 9월 19∼20일, 24∼25일에는 하루 6건씩 공격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이라크에 상주하면서 현지 사정을 분석한 유엔보고서의 객관성과 공신력을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이런 상반된 평가내용을 접하면서 국민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조사단 구성이 주로 국방부 관계자나 파병찬성론자로 구성되었고, 조사기간이 실질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너무 짧았고, 조사대상이 객관적이지 않고, 특히 파병 주둔예정지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민간전문가 중심의 2차 조사단' 파견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정부 차원의 조사활동과는 별도로 '국회 차원의 조사단' 파견도 요청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조사단을 무려 12차례나 파견하여 조사하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요구가 무리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조사결과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공청회가 정부 차원에서 개최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은 객관적인 정보를 접해야 한다. 즉 파병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절차의 투명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명분 없는 전쟁에서 희생될 당사자는 우리의 자식들이고, 파병으로 인한 후유증 감당도 우리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병문제에서 늘 복병으로 등장하는 값싼 논리가 국익과 경제 문제이다. 이미 한승주 주미대사는 "파병을 안 할 경우 미국의 신용평가기관들이 신용등급을 낮출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고,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국회 답변과정에서 "신속하게 파병여부가 결정되고, 그것도 파병쪽으로 결정되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파병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라크파병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 역시 늘 등장하는 단골메뉴이다.
물론 파병을 통해 한미 동맹관계가 조금은 돈독해질지 모르고, 증권시세도 약간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파병의 역사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국민으로서는 이런 단발성 주장의 진위 여부를 따질 필요가 있다. 더불어 약간의 단기적 반사이익과 파병으로 인한 중·장기적 손실을 함께 계산해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6억의 아랍인은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있고, 이는 한국기업에게 엄청난 구매력을 갖춘 시장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잃을 수도 있다. 미국은 통상문제는 늘 통상의 논리로 대처해왔고, 냉혹한 국제 경제질서 속에서 혈맹이니, 우방이니 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 이익이 되었는가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또한 지금과 같은 방식의 이라크 전후관리는 복구사업을 지연시키면서, 사실 우리 기업의 진출을 늦추고 있다. 의료공병대 파병 이후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의 입장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고, 이는 6자 회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파병이 이라크인의 삶의 개선에 기여할지, 그리고 세계평화 실현에 기여할지를 둘러싼 도덕적 판단도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파병의 손익을 객관적, 공개적으로 따져보는 절차의 투명성이 정부가 국민에 제공해야 할 중요한 의무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정 현 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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