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이 국가안보회의(NSC) 산하에 이라크안정화그룹(ISG)을 신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대한 통제력 강화를 선언하자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힘 빼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6일 기자회견에서 "백악관은 이라크와 아프간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총괄할 새로운 감독기관을 조직했다"며 "콘돌리사 라이스 안보담당보좌관이 이 기구를 이끌어 양국 재건을 위한 각 부문의 노력들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보좌관 밑에는 부문별 책임자를 두고 반 테러, 경제재건, 정치기구 형성, 홍보기구 창설 등 4분야를 관장할 예정이라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각 부문에는 미 중앙정보국(CIA), 국무·국방·재무부 출신의 차관급 인사들이 포함된다.
앞서 뉴욕 타임스는 "라이스 보좌관이 2일 럼스펠드 국방, 콜린 파월 국무 장관, 조지 테닛 CIA 국장에게 비밀 메모를 보내 ISG 창설 계획을 알렸다"고 밝혔다.
라이스 보좌관은 뉴욕 타임스 회견에서 "우리는 지금 아주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며 메모는 자신이 8월 말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결과를 토대로 체니 부통령 파월, 럼스펠드 장관과 함께 입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ISG 창설의 표면적인 명분은 각 부처의 이라크·아프간 재건 업무를 효과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방부 주도의 이라크 재건 노력이 중대한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이는 내년 대선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위기감이 깔려 있다. 미 정부 관리는 "부시는 그의 치적에 대한 평가와 재선이 전후처리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와 백악관 일부에서는 ISG 발족을 럼스펠드 장관과 국방부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백악관의 직접적인 노력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국방부가 여전히 재건 업무를 주도하며 새 기구는 국방부와 미 군정 책임자인 폴 브레머 최고행정관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럼스펠드 장관에 대한 브레머 최고행정관의 직보 체계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언론들은 일제히 새 기구 창설 발표로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전후 이라크·아프간 처리 비용 870억 달러 중 200억 달러의 재건 비용에 대한 백악관의 통제가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럼스펠드 장관의 위상약화를 예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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