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의 역사는 스포츠 게임과 함께 시작된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 '퐁'(Pong·1972)을 만든 미국 아타리(Atari)는 이 게임을 '탁구를 흉내낸 세계 최초의 스포츠 비디오 게임'으로 공식화하고 있다.하얀 공이 벽사이를 튕겨 다니는 꼴은 차라리 스쿼시에 가깝지만, 밋밋한 공 받기에서 출발한 스포츠 장르는 1976년 아타리사의 야구게임 플라이볼(Flyball)에서 본격화 했다. 뒤를 이어 미드웨이의 '토네이도베이스볼'(1976), 더블플레이(1977) 등이 야구 게임의 전성시대를 여는데, 여러 구기 종목 중에 야구가 각광 받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현실에서는 농구나 축구, 테니스 등이 훨씬 매력적인 스포츠 게임의 소재로 보이지만 플레이어들의 움직임과 공의 궤적이 복잡하기 때문에 게임으로 만들기가 의외로 어렵다. 반면 9명의 수비 플레이어 자리가 대체로 고정되어 있고, 공이 날아가는 방식도 포물선 아니면 직선으로 일정한 야구 게임은 상대적으로 만들기가 쉽다.
초기 야구 게임 중 높은 게임성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게임은 세가의 '챔피언 야구'(Champion Baseball·1984)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어린이들의 크레파스 그림 같은 그래픽이 단순하다 못해 무성의하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 게임이 실제 메이저리그 팀들의 전력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플레이에 반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래픽의 단순함은 사소한 문제다. 야구 게임 최초로 인코스, 아웃코스 피칭과 커브 볼 구사를 실현했고, 배팅의 강약도 조절이 가능해 번트와 장타를 구분해 칠 수 있었다. 여기에 도루, 베이스 복귀 등 주루 플레이도 가능해 야구의 묘미를 제대로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84년 당시 프로야구 열풍과 맞물려 대단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다. 이 게임은 인터넷 에뮬랜드(www.emulland.net)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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