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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美 비자발급·이민조건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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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美 비자발급·이민조건 강화

입력
2003.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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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이후 미국으로 들어가는 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테러 방지와 보안 강화 등을 명분으로 비자 발급 및 이민 허용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기때문이다. 공항·항구 등의 보안 검색도 강화됐음은 물론이다.경기 침체와 고용 사정의 악화는 문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슈퍼 파워 미국이 이처럼 문 단속을 강화하는데 대해 미국 내에서도 '아메리카 요새'(Fortress America)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미국 국무부는 우선 비 이민 비자 신청자의 면접(인터뷰) 의무화 대상자를 크게 늘리는 한편 비자 심사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주한 미국 대사관도 7월 21일부터 인터뷰 면제 대상을 대폭 줄였다. 과거에는 미국 비자 유효 기간이 만료된지 5년 이내의 경우 인터뷰 없이 갱신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비자 만료 후 1년 이내 같은 종류의 비자를 신청하는 경우에만 갱신이 가능하게 됐다. 이와함께 여행사를 통한 비자 신청을 금지시키고 당사자가 직접 신청하도록 했다.

미국 정부는 또 지난 해 5월 '국경 보안 강화 및 비자 개혁법'을 제정, 2004년 10월26일부터 비자 협정국 국민은 입국 비자에,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한 29개국 국민은 여권에 생체 정보를 포함시킬 것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테러리스트 색출을 위해 국무부 영사과가 보유하고 있던 비자 발급 심사권의 일부도 국토안보부에 이관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토안보부가 지난달 30일 일부 직원을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해 심사 업무를 시작하자 사우디는 "왜 우리가 국토안보부 비자 심사 강화 작업의 첫 대상이냐"며 발끈하기도 했다.

미국은 특히 9·11 이후 24세 이상의 중동 출신 입국자에 대해서는 특별 등록시스템을 만들어 관리할 정도로 이슬람권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또 9·11 2주년을 앞둔 지난 8월 외국인들이 연결 여객기에 탑승하기 위해 미국 공항에서 비자 없이 트랜지트(통과)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을 일시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테러 조직들이 트랜지트 규정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이 입국 비자 심사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자 미국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2001년 1,040만명에 달하던 입국 비자 신청 건수가 지난 해에는 570만명으로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민 신청에 대한 심사도 까다롭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이민 신청 서류는 500만건이나 계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가 합법적으로 발행한 이민 비자는 2001년 63만 2,000건이었으나 2002년에는 60만 9,000여 건으로 약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부부는 지난 8월에는 "앞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미국 이민 비자를 얻으려는 사람은 서류나 우편 신청이 아닌 지정된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등록 신청을 해야 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보안 강화와 비용 절감이 인터넷 접수를 실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 공항과 항구를 드나드는 승객과 화물의 검색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은 지난해 말 429개 주요 공항을 드나드는 모든 수하물에 대해 전자 스크린을 이용한 폭발물 검사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와함께 고용 사정의 악화로 외국 노동자들이 'H-1B' 'L-1' 등의 미국 취업 비자를 받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H-1B는 전문 직종의 외국인에게 최고 6년간 미국에서 취업을 허용하는 비자이다. L-1은 미국 기업의 외국 지사에 일하던 경영진, 숙련 노동자 등이 미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비자이다. 미국 노동자와 노조 등이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비자 발급 제한을 요구하고, 의회도 외국 노동자에 대한 비자 발급 허용 한도를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미국 의회는 H-1B 비자의 연간 발급 허용 건수를 현재의 19만 5,000건에서 6만 5,000건으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의회는 또 지난해 31만 4,000 건에 이른 L-1 비자 발급을 3만 5,000 건으로 줄이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당국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미국인의 안전과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이 지나친 비자 통제 조치로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은 감시망을 피해 직접 국경선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련의 조치들은 별 효력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비자 면제국도 "생체 여권" 검사

앞으로 미국의 출입국 통제는 '미국 방문객 및 이민자 신원 표시 기술(US VISIT·Visitor and Immigration Status Indication Technology)'과 '생체 여권'등에 의해 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출입국 통제를 대표하게 될 이 제도들은 모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명한 '국경 보안강화 및 비자 개혁법'에 의해 도입됐다.

VISIT는 미국에 들어가고 나가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자동으로 비자를 추적, 검색하는 시스템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VISIT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정보기술 프로젝트로, 완성에 30억∼1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VISIT에 대한 시행 방침을 11월 중 최종 확정해 늦어도 2005년까지는 미국 내 모든 입국심사장에서 가동시킬 계획이다. VISIT 초안에 따르면 모든 비자 소지 입국자들은 2중 검색망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외국에 있는 미 영사관이 비자 신청자의 사진 지문 등의 자료를 받아 미 정부가 보유한 테러리스트 등의 위험 인물 목록과 대조하는 것이 첫번째 절차다. 통과되면 신청자의 정보가 비자에 입력된다. 물론 비자 발급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은 훨씬 늘어나게 됐다.

다음으로 미 국경 관리들은 입국자의 실제 지문과 얼굴 등을 전자 장비로 검색해 비자의 자료와 일치하는가 확인한 뒤 입국 허용 또는 추방을 결정한다. 출국자들도 같은 검색을 받으며, 불법 체류나 비자 정보 도용 등이 밝혀지면 위험인물 목록에 자동으로 등록돼 재입국 때 불이익을 받는다. 국토안보부는 이를 위해 출입국 확인국(OOC)을 신설하고 1,70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미국이 비자 면제국 국민이라고 해서 호락호락하게 입국시킬 리는 없다. 비자 없이 3개월까지 미국을 방문할 수 있는 유럽연합 회원국과 일본 등 29개국의 입국자들은 출입국 심사대에서 안면 지문 홍채 등 생체 정보가 기록된 컴퓨터 칩이 들어있는 생체 여권을 제시해 본인 확인을 받아야 한다. 생체 여권이 없으면 비자 면제 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미국은 올 10월부터 생체 여권을 도입하려 했으나 해당 국가들의 반발에 부딪혀 2004년 10월까지 연기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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