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십니더."지난달 28일 경기 의정부에서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산된 생굴 식중독 사태로 경남 통영시, 고성군 일대 굴 양식어민들이 넋을 놓고 있다. 적조, 태풍도 모자라 식중독까지 겹치면서 '앉아서 굶어 죽을 판'이라는 탄식이 나오고 았다.
7일 오전 고성군 삼산면 일대. 여름을 넘긴 '월하굴' 따기가 한창일 갯가 마을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굴 수협이 지난 달 30일 열 예정이던 굴 초매식을 무기연기한 데 이어 채취 금지령까지 내리면서 100여개 굴 가공공장도 문을 닫았고, 한국굴가공협회 20개 회원사도 내수용 굴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8,000여만원의 영어자금을 얻어 3㏊의 굴 양식에 나섰던 서정석(57)씨는 연신 한숨만 토했다. "태풍에 다 키운 굴 40%를 떠내려 보냈는데 남은 굴마저도 이 모양이니 빚만 떠안은 셈입니다."
매년 9월 중순∼12월 초순 굴 수협이 수매하는 햇굴이 7,000여톤, 위판액만 300억원대에 이르는 통영시 해안가 어디에도 굴 따는 통통배는 찾아볼 수가 없다. "벌써 소비자들의 식탁에 올라있어야 할 놈들이 이렇게 있으니…." 도산면 오륜마을 김홍주(42)씨는 주렁주렁 매달린 굴을 들어올려 보이며 연신 혀를 찼다. 인근 수월마을 이장 백효동(54)씨는 "굴을 다시 따더라도 땅에 떨어진 굴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할지 난감하다"며 정부를 원망했다. 한톨의 굴도 따지 못하니 남해안 일대 굴까기 공장에서 부업을 했던 2,000여명의 '아주머니 부대'도 하루 3만∼5만원의 품삯을 벌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굴 양식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는 불안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굴 수협 판매과장 성삼만(48)씨는 "이대로 가다가는 양식어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지경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산업계는 행정·보건당국이 해수온도와 위생검사를 통해 어민들에게 굴 채취시기를 정해줘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생굴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사전통보제를 도입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통영·고성=이동렬기자 dylee@hk.co.kr
정창효기자 ch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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