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자 청와대 핵심참모들도 잇달아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지난 1년 6개월 동안 발표된 집값 안정 종합대책만 해도 10건이 넘고 올해 들어서도 24건의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이 나왔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 상승행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5일 거의 마지막 카드로 내놓은 '9·5 재건축시장 안정대책'마저 발표 당시엔 약효가 있는 듯 하더니 그것도 잠간이고 다시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집값이 오른 것이다.사실, 아무리 정부가 겁을 준다 해도 집값을 단시일 내에 잡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집값 상승은 그 원인이 하도 다양하여 한 쪽 원인을 잡으면 다른 쪽 원인이 불거져 나오는 두더지잡기 게임과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동산투기 이익이 다른 투자 이익보다 큰 상황에서는 정부가 무슨 수를 써도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가 임기 내에 부동산 가격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과욕을 부리기보다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들을 전방위적으로 그리고 일관성 있게 해소해 나가려는 의지와 추진력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DJ정부가 했듯이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투기를 부추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부동산가격 상승의 원인과 그 해법은 지금까지 제시된 수많은 대책 속에 이미 다 나와있다. 문제는 그 해법 중 상당 부분이 참여정부의 노선과 배치되기에,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첫째 원인은 교육평준화에 있는데, 그것이 부동산 가격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아파트에 대한 초과수요를 일으켰다. 이 초과수요를 없애기 위해선 학부모들이 좋은 학원과 학교가 몰려있는 강남으로 이사하려는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지역에 살든 자기가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평준화정책을 완화해야 하지만, 이것은 참여정부의 평준화정책과 배치된다. 공교육의 황폐화, 사교육비 급등, 교육의 질 저하,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한 교육평준화가 서민들의 삶과 자녀교육에 무슨 도움이 되는 것일까. 단기적으로는 사교육의 공교육에로의 흡수, 입시학원의 강북이전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원인은 500조원에 달하는 시중부동자금이 부동산투기시장으로 가는 쏠림현상인데, 이것은 정부가 경제를 살려서 회사채시장이나 주식시장으로 부동자금이 분산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한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고 부동산투기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강화를 통해 불요불급한 부동산 보유를 억제하고, '모든' 종류의 아파트에 대해 예외 없이 일률적 투기규제를 함으로써 '특정' 종류의 아파트에 대한 투기자금의 몰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를 3배 올리고 실거래가로 과세하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셋째 원인은 아파트 공급 부족에 있다. 이것은 위성도시 건설과 임대아파트 건설 그리고 행정수도 이전 등 참여정부가 이미 추진 중인 정책으로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집값 폭등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무주택자들에게 내집 마련 기회를 넓혀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부동산가격의 안정이 물론 필요하지만 모든 종류의 아파트에 대해 무주택자 우선 배정 원칙을 도입해야 하고 장기주택담보대출(모기지)제도를 빨리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 성 린 한양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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