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여년의 한글 역사가 '디지털한글박물관' 안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날 것입니다."한글날인 9일 개관하는 '디지털한글박물관(www.hangeulmuseum.org)'은 훈민정음 해례본, 용비어천가 등 실제 보기 힘들었던 한글 고문서들을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최초의 온라인 한글박물관이다.
박물관 개관을 위해 지난 3년 동안 한글문헌의 디지털화 작업을 이끌어온 연세대 국문학과 홍윤표 교수를 7일 이 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
문광부에 사이버한글박물관 아이디어를 내 사업을 이끌어낸 홍 교수는 "비록 온라인상이지만 이제야 제대로 된 한글박물관을 갖추게 됐다"며 개관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루브르박물관, 대영박물관 등 여러 나라의 박물관에는 '문자전시관'이 꼭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자랑스런 한글을 가지고도 여태 한글전시관조차 없었습니다. 디지털한글박물관이 한글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디지털한글박물관은 '미래관' '학술관' '교육문예관' '조형예술관' '역사관' 등의 주제 아래 한글 고문서, 한글변천사, 옛 글꼴 등 한글에 관한 모든 것이 3D입체 가상공간 안에 담겨진다. 월인석보 15·25권, 번역소학 4권, 다산의 명물소학, 용비어천가 초간본 3·4권이 최초로 공개되며 떡살, 실패, 기왓장, 화살촉, 담뱃대, 한글부적 등 선조들의 한글 생활문화사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도 함께 전시된다.
홍 교수와 남권희, 박병천, 박창원, 이호권, 이현희, 정재영, 한동완 교수와 사진 전문가들이 전국을 돌며 슬라이드 촬영 및 스캔을 해서 모은 고문헌, 딱지본소설, 생활예술자료 자료만도 3만여면. 한글교육을 위해 1930년대에 제작된 조선어독본 낭송 음반도 올렸고 옛 글꼴을 응용해 만들어진 새로운 한글 글꼴들도 볼 수 있다.
박물관 개관을 위해 개인 소장자료들을 기꺼이 내놓은 홍 교수는 "한글박물관은 단순히 전시공간이 아닌 한글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며 "지금은 기술적인 문제와 저작권 때문에 고문헌 출력이 힘들지만 연구자들을 위해 순차적으로 자료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이어 "예산부족으로 박물관이 개관되더라도 당장 운영·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중한 한글 자료들이 사라지기 전에 하루빨리 오프라인 한글박물관이 건립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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