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5일 시리아에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훈련 시설을 공습함에 따라 이―팔 유혈 분쟁이 중동 전체로 확대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아랍연맹은 5일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며,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내각을 긴급 임명하는 등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이 이스라엘을 일제히 비난하는 상황에서 이―팔 양측이 추가 공격과 보복 공격을 다짐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 기간 중동평화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
제5차 중동전으로 번지나
세계가 이번 사건에 경악하는 이유는 자칫 이스라엘 대 아랍권의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1973년 10월 6일은 이스라엘의 대 시리아 공격으로 4차 중동전이 발발한 날이다. 뉴욕 타임스는 5일 "이스라엘이 적개심을 애써 억누르고 있던 화약고(중동)에 불붙은 성냥을 던져 넣은 꼴"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게 중론이다. 이스라엘의 의도는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테러단체를 후원해 온 시리아에 위협을 가하고 자국민 보호를 위해서라면 공격 대상을 가리지 않겠다는 엄포성 메시지를 팔 측에 전하는 것이었다는 분석에서다. 아비 파즈너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5일 "우리의 타깃은 시리아가 아니었다"고 발표했다.
시리아도 보복 공격을 천명하는 등의 대응을 자제하면서 유엔 안보리에서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 채택을 주장하는 등 자국이 일방적인 공격의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BBC 방송은 "시리아도 낙후된 군대보다는 외교적 해결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입장은
이라크 전후 처리로 골치 아픈 미국은 이번 사태에 최대한 발을 담그지 않으면서도 이스라엘의 체면은 지켜 주려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5일 "이스라엘로부터 공격 계획을 사전 통보받지 못했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에 전화를 걸어 더 이상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 것을 충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리아는 테러 지원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경고를 무시했다"며 30년 동안이나 미국의 테러 지원국 리스트에 올라 있는 시리아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보복 공격권'을 인정해 왔으며, 테러단체나 테러지원국에 대한 선제 공격은 정당하다는 것이 대 테러전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중동 평화 앞날은
이번 사건은 중동 평화에 대한 악재 중의 악재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 등은 "가뜩이나 위태로운 단계적 중동 평화안은 아예 휴지 조각이 돼 버릴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은 이스라엘의 보안장벽 건설 강행에 대해 더 이상 압력을 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랍권은 5일 이스라엘에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고, 팔레스타인 테러단체 이슬람 지하드와 하마스는 5일 "이스라엘 심장부에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도어 골드 이스라엘 총리실 안보 자문관은 "수일 내 몇 차례의 추가 공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라고 맞서 3년간 중동을 피로 물들인 폭력의 악순환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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