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대여점이 사라지고 있다.관련업계에 따르면 IMF시절 전국 4만여개에 이르던 비디오 대여점은 80% 이상 감소해 올들어 7,000개를 밑돌며 DVD방 보다도 적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IMF이후 꾸준히 늘어나 전국 2만개를 웃도는 PC방은 물론이고 8,000개에 육박하는 DVD방에도 못미치는 숫자다. 이처럼 비디오 대여점이 급격히 감소한 이유는 불법복제물의 범람과 비디오 대여 인구의 감소 때문.
불법복제물의 경우 비디오테이프나 DVD로 갓 출시된 신작은 물론이고 '조폭마누라2' '오 브라더스'처럼 극장에서 상영중인 영화까지 DivX 등 디지털파일로 복제돼 인터넷에 유포되거나 불법DVD로 복사돼 1만원에 팔리고 있다.
여기에 비디오 테이프를 주로 대여하던 10∼20대 젊은층들의 이용행태가 달라진 탓도 크다. 20세기폭스코리아의 박상준 이사는 "과거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보던 젊은이들이 여가시간을 온라인게임, 모바일 콘텐츠 등 인터넷과 휴대폰에 쏟다보니 상대적으로 비디오 시청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대여빈도가 낮다 보니 비디오 테이프의 높은 구매단가를 회수하는 기간 또한 길어지고 있다. 대여점들이 비디오 테이프를 구매하는 가격은 신작의 경우 개당 2만7,500원, 구작 1만7,600원이다. 따라서 대여기간을 최단기인 하루, 평균 대여비를 1,000원으로 책정하면 신작 비디오 테이프의 원가를 회수하는데 1개월이 걸린다. 요즘처럼 대여점 사이에 가격경쟁이 극심해 대여비를 1,000원 이하로 내린 업소들은 원가 회수기간이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새로 등장한 DVD타이틀의 시장 잠식도 비디오 테이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보급형 DVD플레이어의 가격이 VCR보다 저렴한 20만원대로 떨어지고 PC에 DVD롬 드라이브가 기본 장착되면서 DVD타이틀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비디오 및 DVD타이틀 제작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비디오 테이프 매출은 59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5.8% 포인트 줄었으나 DVD타이틀 매출은 530억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디오 대여점들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화책 등 도서와 신종 미디어인 DVD를 함께 대여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 비디어 대여점주는 "비디오 테이프보다 만화책 대여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다"며 "이마저도 9월 이후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비디오 제작업체인 엔터원의 김정현실장은 "이같은 추세라면 다음해에는 대여점 숫자가 더욱 감소할 것"이라며 "비디오 대여 시장을 살리려면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디오 대여점과 비디오 테이프 및 DVD타이틀 제작업체들은 10일까지 부산영화제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해 불법복제물 근절 캠페인 및 비디오 대여점 이용을 당부하는 가두 홍보 등을 펼칠 계획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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