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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암보다 무서운 "암 공포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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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암보다 무서운 "암 공포 스트레스"

입력
200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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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죽음과 공포의 질병'이란다. 부동의 사망 원인 1위가 암이다. 태양과 죽음은 직시할 수 없기 때문인가. 우리는 유달리 암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담뱃갑에서도 암을 앞세운다. 이를테면 홍콩에선 '흡연이 심장병의 원인'(吸煙引致心臟病)이라는 데 우리는 폐암의 원인이란다.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통계청은 '2002년 건강보험 암 환자 통계 분석'과 '2002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신규 암 발생률은 전년도보다 4.7%가 증가했고, 암 사망률은 10년 전에 비해 20%나 증가했다면서 겁을 준다.

하지만 전체가 아니라 각 연령군으로 나눠보면 10대 이하는 10만명당 암 발생률이 14명이지만, 20∼30대는 63명, 40∼50대는 339명, 60대 이상은 996명 수준이다. 암 발생률은 나이에 따라 증가한다.

한편 선진국의 각 연령군별 암 사망률은 감소 추세다. 암 사망률이 우리보다 높은 독일의 경우 60년에 10대와 60대가 각각 10만명당 255명 및 1만 700명이 암으로 죽었지만 90년에는 각각 229명 및 9,321명으로 줄었다. 의학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게 타당한 설명인가.

암은 일반적으로 노인성 내지는 퇴행성 질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래 살수록 발암 위험이 증가한다는 건 얄궂은 일이지만, 우리 평균수명도 지난 10년 동안 5세 이상 연장되어 80세를 바라본다.

사람의 생물학적 평균수명은 120세 정도라 한다. 앞으로 의학이 발전하고 생활환경이 개선되어 평균수명이 더욱 연장되면, 아니 인생의 '도중 하차자'가 계속 감소하여 평균적으로 120살까지 살게 되면, 결국은 거의가 암에 걸리지 않을까. 하지만 삶의 종점까지 다가가서 인생의 막이 내리는 것을 스스로 연출하며 암으로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게 한 일본 외과의사의 말이다.

아무튼 암세포(악성 신생물)가 처음 발생하여 진단이 가능한 10억 개 정도가 되려면 20여년이 걸린단다. 하지만 인체에는 자기수복능력이 있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상처도 잘 아문다. 최근 스탠퍼드대 의학센터 교수는 잠을 잘 자면 암의 발생과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보약의 힘을 빌려 피로와 싸우면서 체력을 '과소비'하기보다는 피로를 친구 삼아 잠 잘 자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어쩌면 암의 공포로 인한 스트레스야말로 가장 큰 발암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느림(懶怠)의 자유를 곱씹어 볼 일이다.

조 영 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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