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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와 떠나는 "사색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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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와 떠나는 "사색의 가을"

입력
200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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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친숙한 캐릭터인 강아지 스누피와 소년 찰리 브라운이 등장하는 미국 만화 '피너츠'. 어린이 주인공들 사이에 아옹다옹 벌어지는 다툼을 소재로 하는 찰스 슐츠의 이 만화는 언뜻 보면 아동 만화이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좀 더 깊이 있는 무엇이 담겨있는 것도 같다.'피너츠 복음'(로버트 쇼트 지음·규장 발행)은 만화를 그저 재미 삼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미경을 들이대면서 깊이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피너츠'의 대사와 그림에 드러나 있지 않은 만화의 의미를 문학, 역사, 철학 등의 인문학, 특히 기독교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풀이한다.

사실 주인공들의 성격부터 평범하지 않다. 찰리 브라운은 사색적이고 우유부단한 인간형으로, 동생 샐리 브라운은 잔꾀를 부려 오빠를 골탕 먹이는 아이로 등장한다.

라이너스는 자신의 꿈과 이상을 펼쳐보이려 하지만 냉소적인 누나 루시에 의해 번번히 조롱 당하고, 스누피는 헛된 희망을 갖기도 하지만 그것을 곧 깨우치는 현명한 강아지이다. 슈뢰더는 루시가 흠모하는 소년이지만 그는 루시에게 쌀쌀하다.

어느날 찰리 브라운이 누워서 말한다. "세상은 미움으로 가득해!" 옆에 서 있던 슈뢰더가 반문한다. "브라운,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하는 거니?" 브라운이 인상을 쓰며 대답한다. "그래, 난 그게 진실이란 걸 알아.""왜냐하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니까."

어린이의 일시적 감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로버트 쇼트는 진지하다. 그는 "모든 인간은 본래 서로를 미워한다. 심지어 인간은 공공복리에 봉사할 때조차 가능한 한 자신의 탐욕을 충족하는 데 몰두한다"는 파스칼의 '팡세'의 한 대목을 인용한다.

쇼트는 무인도에 표류한 어린이들의 잔혹한 생활을 그린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에 나오는 어린이들을 희극적으로 표현한 것이 슐츠의 만화라면서, 더 나아가 이 만화의 주인공들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나친 해석일까. 슐츠는 "아마 내가 세상에서 가장 냉혹한 연재만화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는 어린이들에 대한 상식적 견해에 반대되는 만화를 그리다가 독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 책은 '인간에 대한 헛된 기대를 버려라','절망의 끝에서 진리를 보다','진정한 근심에 빠져라','완전한 순종의 기쁨을 맛보라','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코미디'등 6장으로 나눠 '피너츠'를 해석하고 있다.

1950년 연재를 시작하면서 슐츠는 제목을 '꼬마들'이라고 붙일 생각이었지만 신문사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피너츠(Peanuts)'란 제목으로 바꿨다. '피너츠 복음'은 1965년 초판이 나왔으며 지금가지 미국에서 1,00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저자 쇼트는 미시간주 브라이튼의 제일장로교회 목사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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