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잊으면 얼까지 잃어버리게 됩니다. '사할린 우리말 방송'은 4만 동포들이 한인으로서 자존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매우 소중한 자산입니다."10월6일부터 8일까지 여성부 주최로 열리는 '제3차 세계 한민족 여성네트워크(KOWIN·Korean Women's International Network)' 참석차 사할린 지역담당관으로 한국을 찾은 '사할린 우리말 TV·라디오 스튜디오' 김춘자(52·사진) 국장은 우리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KOWIN은 국내외 여성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재외 한민족 여성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 올해는 전세계 24개국에서 350여명의 여성 인사들이 모여 '한민족 여성과 주류화' '한민족 여성과 자녀교육'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갖는다.
'우리말 스튜디오'는 사할린 방송공사에 속한 소규모 방송국으로 매일 오후 7시40분부터 20분 동안 한국어로 모국과 동포사회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러시아 유일의 한국어 방송국. 김 국장은 방송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사할린에 사는 100여 개 민족 중 러시아어가 아닌 모국어로 라디오 방송을 하는 곳은 '우리말 방송'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1995년 방송국 내부 사정으로 4개월 동안 방송이 중단되었던 때를 제외하면 50년 넘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국어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1964년 구소련의 민족 통합정책으로 한국어 학교가 모두 문을 닫았을 때도 '우리말 방송'은 젊은 세대가 한국어를 잊지 못하게 하도록 최선을 다했지요." 당시 기자와 아나운서들이 모여 한국어 교과서를 직접 만들고 동호회나 야간학교를 중심으로 '우리말 가르쳐주기' 운동을 펼쳤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 외에도 '우리말 방송'은 1990년 KBS와 함께 사할린∼서울∼대구를 잇는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을 진행했고 광복절 기념 축제를 개최하는 등 동포들이 한국을 잊지 않도록 다양한 행사를 벌여왔다. 재외동포재단과 KBS 등의 도움을 받아 내년 초부터는 텔레비전 방송도 시작할 예정이다.
"앞으로 우리 방송국의 과제는 한평생 한을 품고 사신 강제 이주 1세대들의 영구귀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의 보상도 중요하지만 한국 정부의 다각적 지원도 절실해요. '한민족 여성 네트워크'가 사할린 동포의 숙원을 푸는 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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