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보약은 매일매일의 식탁 위에 있습니다. 평범한 음식이라도 그 재료를 잘만 쓰면 약 이상의 효과를 냅니다. 가벼운 질병쯤은 섭생만으로도 치유가 됩니다."최근 서점가에서 '약선기(藥膳記)'(한국약선교육개발원 펴냄)라는 다소 생소한 제목의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유지와 질병치료를 위해서는 어떤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 먹어야 하는가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약선이란 약이 되는 음식을 말한다. 비싸고 진기한 보양식을 찾기 보다는 평범하고 흔한 음식이라도 제대로 알고 잘 요리해 먹는 것이 진짜 보약이라는 뜻이다.
중국이 5,000년의 약선 역사를, 일본은 약선협회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책을 쓴 안문생(52) 한국약선연구원장은 MBC '라디오 동의보감'에서 생활 속의 한의학 상식을 구수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 인기를 끌었던 한의사. 조부와 부친으로 이어진 한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전주고를 나와 한동안 다른 길을 걷다가 원광대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받아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약선을 파고들게 된 계기는 1993년 SBS TV 건강 다큐멘터리 '중국약선기행' 취재차 중국의 신비한 약선 문화를 답사하면서부터다. 70회 방영된 이 다큐멘터리는 국내에 약선을 널리 알리는 발단이 됐다.
"이미 그 당시에 중국인들은 같은 음식재료라도 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깊숙이 깨우치고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약선 문화는 어느 음식이 몸에 좋다는 정도의 걸음마 수준이었죠. 월등히 앞서 나가 있는 그들에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그는 한국약선연구원을 설립해 약선의 연구와 보급에 나섰다. 궁중생활이나 민간의 여러 요리법 중에서 건강에 이로운 약선 음식을 발굴했다. 그리고 그간의 연구원 강의와 수집한 자료를 집대성해 이번에 책을 내놓았다.
안 박사는 주먹구구식이었던 민속 건강요리법을 학술적 토대에서 체계화·과학화했다. 예컨대 감기에 들었을 때 무채를 먹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그 경우 '식초를 넣지 않고 한번에 500g이상을 먹어야 한다'는 식이다. 식초를 넣은 무채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이 그저 입에 맛있는 음식과 진귀한 보양식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질병을 약으로 치료하는 것은 차선이고 평소 음식을 잘 먹는 것이 최선인 만큼 매일 식탁에 오르는 음식에 주의하는 것이 바로 장수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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