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TV의 생산거점이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디지털 TV는 국내 전자업계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꼽고 있는 분야. 저부가가치 산업에 이어 미래의 성장엔진마저 중국에 둥지를 틀고 있는 셈이다.2001년 7월부터 중국 선양(瀋陽)에서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일명 벽걸이) TV를 생산해왔던 LG는 최근 난징(南京)을 PDP TV와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아우르는 디지털 TV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확정했다.
이를 위해 LG필립스LCD가 7,700만 달러를 투자해 연산 360만대 규모의 TFT-LCD 모듈 공장을 세워 올해 상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LG전자도 내년 가동을 목표로 6,500만 달러를 들여 PDP 모듈 공장을 짓고 있다.
LG전자는 특히 이 곳에서 모듈 공정은 물론, 완제품까지 PDP TV 일괄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며 LG필립스LCD도 2005년까지 연간 1,200만대로 생산규모를 늘릴 방침. 명실상부한 디지털 TV 생산거점이 난징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디지털 TV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바꾸는 것은 삼성도 마찬가지. 삼성SDI 김순택 사장은 최근 "3, 4년 내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PDP 모듈 공장을 중국에 건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텐진(天津)에서 디지털TV 조립라인을 가동하고 있으며, LCD 모듈도 일부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PDP TV 모듈까지 중국에서 생산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생산거점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국내는 수원사업장을 중심으로 디지털TV 연구개발(R&D)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중국은 디지털TV의 본격적인 생산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 삼성의 장기 플랜.
최근 디지털TV 시장 진출을 선언했던 중소기업 휴맥스도 중국으로 생산기지의 일부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디지털TV의 경우 들어가는 부품도 많기 때문에 결국 부품 업계도 연쇄 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수년 내에 중국에 한국기업의 디지털 생산기지가 들어설 전망이다.
이처럼 디지털TV 생산거점이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 절감과 관세혜택 등 국내보다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기 때문. 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현지에서 선점하려는 포석도 담겨있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네트워크 총괄인 최지성 부사장은 "고급가전이나 IT제품의 매출에서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을 노려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해외 현지 생산을 늘려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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