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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 계백장군役 박중훈/"묵직한 연기 변신… 달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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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 계백장군役 박중훈/"묵직한 연기 변신… 달라졌죠"

입력
200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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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에서의 연기와 비슷할까? 음, 굳이 어떤 연기인지를 고르라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연기죠. 하하하!" 박중훈이 '징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계백 장군으로 나온다면 십중팔구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식 연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황산벌'의 계백 장군 박중훈은 '그렇게'는 웃기지 않으며, 심지어 적장에게 목을 베이기 전에 "징하게 덥구마잉' 한마디로 비장미를 극대화한다. 유머로 시작해서 날카로운 분석으로 끝나거나, 진지하게 시작해서 유머로 끝나는 '박중훈식 화법'은 이 영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예전엔 하프라인부터 단독 드리블 해서 골을 넣거나 혹은 넣지 못하거나 했다. 이번에는 문전처리만 했는데 골이 들어간 것 같다." 혼자 날고 뛰는 역은 아니지만, 그가 묵직한 존재감을 얹었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영화를 본 안성기씨는 "중훈아, 이제 나이가 보인다. 주름도 한 두개 보인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여유가 보인다는 얘기다.

"계백은 패장이라서 역사책에는 그저 맹장이라고만 기록돼 있다. 그저 계백은 마징가Z 같은 강인한 사람으로 인식될 뿐이다. 그러나 진짜 그랬을까." 박중훈은 영화에서 이제는 눈빛만으로 충분히 상황을 이끌어 가는 배우가 됐음을 증명했다. 의자왕과 대작을 하는 계백의 눈빛은 '오버'하지 않는 장난기로 가득하고, 정작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는다"며 못 죽겠다고 소리지르는 아내의 목을 베려 할 때, 눈빛은 이성의 통제를 거부하고 초점 없이 흔들린다.

박중훈은 스타이면서 연기자라는, 흔히 어긋나기 쉬운 X·Y축을 한 몸에 가진 몇 안 되는 연기자의 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 성과의 상당부분이 코믹 연기에서 나왔다. 실제로 박중훈이 나오는데 '덜 웃기다'며 영화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코믹 이미지는 그에게 짐처럼 보인다. "십수년 간 단감(인기) 다 빼먹고, 나 이제 바뀐다. 관객, 따라와라 이런 식은 안 된다. '세이예스'처럼 코미디를 뺀 연기는 처음엔 외면 당했지만 그게 밑거름이 되어 '황산벌' 연기가 달라보였을 것이다." "이젠 조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그의 가슴이 넓어 보인다.

85년 영화계에 입문해 영화 인생 18년, 31편의 영화를 찍었다. 마음에 드는 영화를 물었더니 "'우묵배미의 사랑' '게임의 법칙'은 관객이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하게 되는데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1월 차태현과의 가벼운 코미디 영화 '투 가이스'를 찍고, 내년 4월에는 조너선 드미 감독의 '비빔밥'(가제) 촬영이 예정돼 있다.

"박중훈이 미국 B급 영화( '아메리칸 드래곤')에나 나갔다고, '찰리의 진실'이 흥행에 실패하자 바로 주윤발이나 성룡의 성공 스토리에 비교하면 힘이 빠진다. 판단은 인생 마감할 때 받고 싶다. 처음으로 관객에게 부탁한다면 조금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당연히 그는 관객이 좀 기다려 줘도, 손해 보지 않을 만한 배우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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