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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얼굴 /장선경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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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얼굴 /장선경 선생님

입력
200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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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졸업하고 우여곡절끝에 서울 갈현동 성정여고(현 선정고)에 진학했다. "고등학생 때 공부를 잘해야 명문 대학에 가고, 명문 대학에 가야 대접을 받는다"는 부모님 말씀을 철썩 같이 믿었던 터라 설레임에 앞서 긴장과 걱정이 앞섰다.이 때 나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었던 분이 장선경 담임 선생님이다. 이 분과의 첫 대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직은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감돌던 교실에 훤칠한 미모의 장 선생님이 들어왔다. 나이는 20대 중반쯤 됐을 게다.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칠판에 시 한편을 적었다.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알고 보니 선생님은 국어 담당이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이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선생님은 어리둥절해 하는 우리를 정답게 바라 보더니 말문을 열었다. "여러분,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여유를 가져야 인생이 즐겁고 성적도 오른답니다."

선생님은 공부만을 강요하는 입시 살풍경에서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학생이 잘못을 저지르면 "실수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실수는 다음에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선생님이 큰 언니처럼 느껴졌다.

고교를 졸업한 지 벌써 20여년이 되어 간다. 나도 이제는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가 됐다. 고등학생들은 여전히 공부에 매달리느라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 같다. 나 역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여유를 강조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장 선생님의 가르침은 그렇게 쉽게 우리의 마음에 와 닿았는데 내가 그러지 못함은 내 스스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함이 아닐까.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어디 계신가요? /hjj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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