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국가정보원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 사건 송치 과정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당초 송씨에 대해 '공소보류 후 국외추방' 방침을 세우고 관련기관과의 협의까지 마쳤던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검찰 송치시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 중 하나만 기재하도록 돼 있어 국정원은 기소 의견과 함께 '조건부 공소보류'도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여 수사기록을 넘겼다. 국정원으로서는 이미 협의가 끝난 사안인 만큼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입장이 달랐고 이 때문에 지난 1일 사건기록 이첩 과정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검찰 직원이 "앞장의 기소 의견 옆에 괄호를 열고 '공소보류 검토'라고 쓰지 않으면 기록을 받지 말라는 상부 지시가 있었다"며 기록 수령을 거부하고 나선 것. 오전 중 송치 명령을 받은데다가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 때문에 상부와의 연락에도 실패한 국정원 직원은 자체 판단에 따라 자필로 '공소보류 검토'라는 단어를 추가 기재, 사건을 접수시켰다.
그러나, 검찰이 국정원 의견 내용을 상세히 공개한 사실을 몰랐던 고영구 국정원장은 국감장에서 "공소보류는 당치 않다"고 답변했다가 뒤늦게 이를 번복했고 미처 내막을 전해 듣지 못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소동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로서는 신병처리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험' 차원에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두고 싶었을 것"이라며 "국정원으로서는 '검찰이 수를 썼다'고 섭섭해 할 만도 하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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