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내년 대선에 출마하기로 했다."글로리아 아로요(54·사진) 필리핀 대통령이 4일 내년 5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고향인 팜팡가주에서 "경제발전과 빈곤추방을 위한 국정경험과 비전을 갖고 있다"며 재집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의 출마 선언은 작년 12월의 대선 불출마 약속을 번복한 것이다. 그는 당시 "출마에 수반될 정치적 분열과 행정마비를 막기 위해 나를 희생하기로 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약속 번복에 야권과 집권 라카스당 지도부는 정치적 배신이라며 성토했다. "지난해 불출마 선언은 반대파의 공격을 일시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술책"이었다는 비난이다.
헌법상 대통령은 6년 단임제다. 하지만 아로요는 전임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부패와 무능으로 축출된 뒤 부통령으로서 2001년 1월 대통령직을 승계한 터라 여기에 구속되지 않는다.
BBC 방송은 아로요의 인기가 예상 후보군 중 낮은 수준이지만 현직의 프리미엄을 갖고 있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취임 때 약속했던 행정개혁과 경제발전 계획에서 성과가 거의 없는데다 남편의 부패 의혹이 부각되고 있는 등 약점도 많다. 그의 인기는 7월 마닐라에서 발생한 군부 소장파의 쿠데타 기도 후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세 자녀의 어머니인 아로요는 1960년대 대통령을 지낸 디오스다도 마카파갈의 딸로서 경제관료로 경력을 시작했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는 조지타운대 급우였으며 92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대중 선동적 인물이 환영받는 필리핀에서 온건한 이미지의 엘리트 계층인 아로요가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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