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시행 한 달 만에 5,000억원 가까운 보험상품이 팔린 가운데 은행 직원들에 대한 판매독촉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연말 영업점 평가항목에 방카슈랑스 판매실적을 반영키로 하고 지역본부와 일선 영업점에 판매를 독촉하고 있으며, 판매실적이 저조한 조흥은행은 최근 '1직원 1보험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김정태 은행장이 "시장점유율 목표 40%를 방카슈랑스 시행 첫날부터 달성토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올 연말 방카슈랑스 영업실적 우수 점포에 대해서는 은행장 표창 및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보험상품 판매로 제휴 보험사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는 판매금액의 5∼7%에 달한다"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이 갈수록 줄어드는 은행으로서는 방카슈랑스 실적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방카슈랑스 실적이 저조한 조흥은행은 최근 각 지점에 공문을 내려보내 '1직원 1보험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조흥은행은 공문에서 "고객에게 방카슈랑스 상품을 알리려면 직원부터 보험에 가입, 보험상품에 대한 지식을 숙지해야 한다"며 "방카슈랑스 마인드가 전 직원에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은행직원에 대한 보험판매 독촉이 심해지자 일부 은행에서는 직원들이 본인 및 가족 명의로 보험에 가입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보험'이라는 ID의 국민은행 직원은 노조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첫날부터 무조건 1,000만원 이상씩 (판매)하라니 고액 고객들은 이제 피하기만 한다"고 밝혔고, 다른 직원(ID '보험대리점')은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내 이름으로 비싼 이자 내고 대출 받아 천만원짜리 연금보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억원을 대출할 때 얻는 이익보다 보험상품을 1억원 어치 판매해 받는 수수료 수입이 20배 가량 많다"며 "특히 월납 보험료가 10만원인 연금보험의 경우 보험 한 건을 판매할 때마다 보험사로부터 총 4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만큼 직원 독려를 안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2일 현재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보험상품의 건수와 가입금액은 9만9,974건, 4,75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민은행이 1,557억원(3만9,900건)으로 수위를 차지했고 이어 신한은행(941억원·7,916건), 우리은행(910억원·2만1,563건), 하나은행(682억원·1만663건), 외환은행(400억원·1만251건), 한미은행(208억원·2,280건), 조흥은행(52억원·7,401건) 순이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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