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투기가 팔레스타인 측의 자폭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5일 시리아 영내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훈련캠프를 공격, 양국 간은 물론 중동지역 전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토를 공격한 것은 1973년 양국간의 '욤 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 이후 처음이다.대규모 자폭테러
4일 오후 2시께 이스라엘 북부 지중해변 하이파 시의 '맥심' 레스토랑에서 팔레스타인 여성 무장대원이 몸에 두른 폭탄을 터뜨려 자신은 물론 갓난아기를 포함한 이스라엘인 19명이 죽고 45명이 다쳤다.
유대교 속죄일(욤 키푸르)을 하루 앞둔 이날 식당에는 가족단위의 손님이 많아 일가족이 떼 죽음 당하는 피해가 많았다. 사건 직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이슬람 지하드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자폭한 대원은 변호사 시험을 앞둔 요르단강 서안 예닌시 출신의 하나디 자라다트(27)라고 밝혔다.
30년 만의 시리아 공격
6월 단계적 중동 평화안 마련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테러가 발생하자 이스라엘은 5일 새벽 보복 조치로 시리아 영토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이슬람 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무장그룹이 사용중인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의 '아인 사에브'훈련 캠프를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군은 또 이날 새벽 가자 지구 2곳에 미사일 공격을 퍼붓고, 예닌 시의 자폭 테러범의 집을 폭격했다.
이스라엘 측은 "그동안 시리아에게 이슬람 지하드 등 테러단체 지원 중단을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은 테러 세력이 있는 곳이면 중동지역 어느 곳이라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슬람 지하드는 시리아 내에 훈련 캠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고, 시리아 언론들은 공격 받은 지점이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라고 전했다.
시리아 정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유엔에 항의할 것이며 안보리 특별 회의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반발했으나 일단 "즉각적인 무력 대응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긴장고조 속 각국 비난
이날 30여 년만에 이뤄진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격으로 가뜩이나 위기에 빠진 단계적 중동평화안(로드맵)에 큰 타격은 물론, 중동지역 전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의 이날 공격이 팔레스타인 이외의 새로운 공격 대상을 찾는 시도일 수 있으며 이-팔간 분쟁이 중동지역 전체로 번질 우려를 시사한다고 전했다. BBC 방송도 "그동안 팔레스타인 영토에 한정됐던 이스라엘의 보복이 시리아로 옮아간 것은 정책변화의 선명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각국은 이-팔 양측의 행위를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이집트를 방문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의 공격은) 용인할 수 없는 행위"라며 "제3국의 주권 침해는 평화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난했다. 영국 외무부도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경고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들도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를 비난했고, 아라파트 수반과 아흐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총리 지명자도 이 사건을 추악한 테러로 규정했다.
한편 이스라엘내 강경파는 이번 테러를 계기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제거를 강력히 요구, 국제사회의 비판으로 한풀 꺾였던 아라파트 제거 지지 분위기가 이스라엘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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