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간의 이데올로기차이를 극복하기위해 스스로 '경계인'이 되고자 했던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9)씨가 정작 북쪽에선 '회색분자'로 불려졌던 것으로 드러났다.소설가 황석영씨는 5일 최근 송씨와의 면담 내용을 전하며 "국정원이 조사과정에서 북한 당국이 송 교수에 대해 평가한 자료를 제시했는데 그를 '회색분자'또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황씨는 "이야기를 전하는 송 교수가 씁쓸해 하길래 '이제 모두 털고 전향해라'고 했더니 한참을 울먹여 나도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고 전했다. 북이 송씨를 후보위원으로 선임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매우 경계해왔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다. 황씨는 송씨에 대해 "오랫동안 밖에 나가 있어 그런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기만 할 뿐 깊은 정을 나눌 기회가 없는 '외로운 친구'"라며 "이번에 강제 추방되면 남에서도, 북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영원한 '우주미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종수(63·광주대 언론홍보대학원장) KBS이사장은 이날 광주대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송씨의 입국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8월 26일 독일 방문은 송 교수와의 오랜 인연을 감안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요청해 동행했을 뿐"이라며 "송 교수를 몇 차례 만나 거리낄 게 없다면 귀국해도 좋다는 의사를 표현하긴 했지만 최근 드러난 행적을 전혀 모른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프로그램에 광주대 교수 직함으로 참여한 사실에 대해 "어떤 프로그램이 어느 제작진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해외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인터뷰에 응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송씨와 함께 지난달 22일 입국했던 두 아들 준(28), 린(27)씨는 4일 오후 2시 30분 귀국한 지 12일 만에 프랑크푸르트행 루프트한자 항공편으로 독일로 출국했다. 이들은 "아버지를 따뜻하게 대해 준 친구 분들은 고맙지만 수사기관 등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짧게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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