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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가난한 사랑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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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가난한 사랑 노래

입력
200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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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인터넷 지식검색 서비스에 전자렌지로 라면 삶는 법을 물었다. 친절한 답변들이 이어졌다. 전자렌지용 그릇에 라면과 물, 스프를 함께 넣고 전자렌지에 넣고 2분30초만 가열하면 된다. 아니다. 5분은 해야 된다, 등등. 다양한 경험담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마지막엔 꼭 누군가 김을 뺀다. 딱 한 줄이다. "그냥 웬만하면 가스렌지에 해 드세요."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가스렌지로 펄펄 끓인 물에 삶은 라면이 더 맛있다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가스렌지도 냄비도 없이, 오직 전자렌지만 바라보며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그 무성의한 답변자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지식검색서비스의 친절한 설명대로 라면을 만들어 보았다.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물을 데운다. 그릇을 준비해 뜨거운 물과 면을 담근 뒤 그 위에 스프를 뿌리고 전자렌지에 넣어 3분을 가열하였다. 삐, 소리가 울리면 장갑 낀 손으로 조심스레 렌지에서 그릇을 꺼내 젓가락으로 면발을 휘휘 저은 다음, 한 젓가락을 집어 입에 넣는다. 무려 두 달 만이었다. 먹다 먹다가 물려, 라면은 쳐다 보기도 싫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끓여먹을 방법이 없어 마른 라면 다섯 개로 도를 닦는 사람도, 세상에는 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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