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지정 백지화를 놓고 석 달 가깝게 계속돼온 정부와 부안 주민들간의 첨예한 갈등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가 직접 대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지난 3일 고건 총리가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 대표들을 만나 대화기구 구성에 합의했다. 이어 다음날인 4일 부안지역 학부모들이 등교거부운동을 철회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원전시설의 전북 부안 위도 유치가 원점에서 재검토되거나 백지화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등교거부 41일 만에 철회
부안지역 초·중·고교 운영위원장과 학부모 등 31명은 4일 오후 부안성당에서 모임을 갖고 만장일치로 등교거부를 철회하고 6일부터 등교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등교거부를 철회한 배경에 대해 "정부와의 대화 분위기 모색,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부안 지역 선생님들의 호소 등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대화기구 구성이나 등교거부 철회는 원전시설 문제를 원점부터 재검토하겠다는 정부의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대화기구 구성에 대해 "주민들의 열과 성을 다한 투쟁으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 같던 정부가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재검토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고 해석하고 있다. 대책위가 "정부와의 대화기구가 시간 끌기나 주민회유를 위한 계책으로 드러나면 언제라도 박차고 나와 2차 등교거부 운동을 더욱 강력하게 벌일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전북경찰청 고위간부도 "아무리 원전시설이 국책사업이지만 반대하는 주민들을 물리력으로 몰아붙여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정부에 수 차례 대화로 해결할 것을 보고했다"며 "만약 정부가 힘으로 밀어붙일 경우 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도 올렸다"고 말했다.
백지화 쉽지 않아
정부가 원전시설 유치를 포기할 경우 노무현 정부의 엄청난 신뢰도 추락과 함께 김종규 부안 군수와 주무 부처인 산업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주), 전북도 등 찬성 세력들의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 과제가 따른다. 또한 앞으로 원전시설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은 4일 원전시설과 관련, "백지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이제 대화의 문이 열렸고, 학생들의 등교결정이라는 첫 결실이 나왔다"고 말했다. 유인태 정무수석도 "일본은 소각장 건설을 위해 주민설득에만 6∼8년이 걸린다"며 "몇 년이 걸리더라도 정부 임기 때까지 주민 동의만 얻어내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병원에 입원 중인 김종규 부안군수는 4일 성명서를 통해 "대화기구 구성은 원전시설 유치의 재검토나 백지화 논의를 위한 수순 밟기가 아니다"며 대책위와 주민들의 확대해석을 우려해 긴급 진화에 나섰다.
/부안=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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