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은 평균 25%의 지분을 갖고 44%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독단적 기업지배를 가능케 하는 소유·지배권간 괴리를 막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존속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작성한 '시장개혁 추진을 위한 평가지표 마련과 측정' 최종 용역보고서를 공개했다. KDI가 37개 민간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소유·지배권간 괴리도'를 측정한 결과, 총수일가는 평균 25.2%의 지분으로 44.0%의 의결권을 행사, 소유·지배권간 괴리도가 18.8%포인트에 달했다. 계열사 출자, 금융·보험사 의결권 등을 통해 실제 지분보다 18.8%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특히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인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권간 괴리도는 평균 26.2%포인트로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18.8%포인트)보다 컸다.
삼성, LG, SK, 현대차 등 4대 재벌의 평균 소유·지배권 괴리도는 26.43%포인트였다. 삼성의 경우 총수지분 6.9%, 지배권은 30.1%로 4대 재벌 중 괴리도가 가장 낮은 23.2%포인트를 기록했지만, 조사대상 기업집단 37개 중 24위로 지배구조가 열악했다. SK그룹은 5%를 가진 총수 일가가 무려 34.3%의 지배권을 행사, 괴리도가 29.3%포인트에 달했으며, LG(26.1%포인트) 현대차(27.1%포인트)의 지배구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장 괴리도가 큰 재벌그룹은 한화그룹으로 총수 일가가 11.4%의 지분으로 61.9%의 의결권을 행사, 괴리도가 무려 50.5%포인트에 달했다. 동양과 두산그룹 역시 총수일가 지분이 각각 16.0%, 20.4%인데 비해 지배권은 59.8%, 53.0%에 이르렀다.
이들 3대 그룹은 괴리도가 클 뿐 아니라 계열사간 출자를 통해 총수일가가 5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 소액주주나 기관투자가에 의한 통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타이어는 총수일가 지분 35.9%, 지배권이 38.3%로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대우자동차와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면 괴리도가 2.5%포인트로 가장 작았다.
KDI는 출자규제의 존속과 함께 내부통제 강화책으로 재벌 내부지분·출자구조 공개 집중투표제 확대 총수가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일 경우 선임사외이사 강제선임 등기이사 보수공개 등의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출자총액규제 개선방향 등 정책방안을 이 달 중 확정, 발표할 방침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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