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환자 가족, 파킨슨병 전문의가 함께 참여한 국내 최초의 학술대회였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4,5일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던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제4회 아시아태평양 파킨슨병 국제 심포지엄'을 끝낸 김진수(연세대의대 신경과 교수·사진)회장은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파킨슨병 환자들이 더 이상 오진이나 불필요한 치료로 육체적 경제적 손실을 입지 않고 처음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아·태 파킨슨병 국제심포지엄은 6년 전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파킨슨병 관련 저명 의사와 관련 기관이 2년마다 열고 있는 정기학술대회.
무하메드 알리, 히틀러, 모택동,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 유명 인사들이 파킨슨병을 앓아서인지 선진국에서는 이 병에 대한 인식이 높지만, 우리나라는 단순히 노화현상으로만 여기고 치료는 물론 진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학회에 앞서 환자 수만이라도 파악해야겠다 싶어 부랴부랴 6개 대학 병원 샘플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에 5만명 이상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하지만 의료보험관리공단에 기록된 파킨슨병 진료 환자 수는 1만여명 안팎으로 전체 파킨슨병 환자의 20%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부분 환자들은 손발이 떨리는 증세가 나타나도 병인줄 모르다 발병 후 1년이 지나서야 처음 의료기관을 방문하게 되죠. 병원을 찾은 후에도 중풍이나 디스크, 심지어 치매에 걸렸다는 오진을 받고 쓸데없는 민간요법으로 허송세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교수는 파킨슨병이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데도, 국민은 물론 의사들에게조차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1%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보고있다.
환자들을 위해 모든 강의가 우리말로 동시통역된 이번 학술대회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은 파킨슨병의 다양한 최신 치료 정보를 제공받았다. "중풍은 어느날 갑자기 증상이 시작되는 반면, 파킨슨병은 서서히 증세가 진행됩니다." "환자들 중 75%는 발병 초기 한쪽 손 혹은 발에 떨리는 증상이 생깁니다. 주로 편안히 누워있거나 앉아 있을 때 1초에 4∼5회 떨며, 팔이나 다리를 들고 있거나 움직일 때는 떨림이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죠."
김교수는 "외국 환자들의 40%는 치매 증상을 함께 나타내는데, 다행스럽게도 국내 환자들은 치매와 겹쳐 증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비교적 적다"면서 "약물 부작용 사례도 선진국보다 낮은 것 같다"고 밝혔다. 김교수는 약 20년(1967∼1984년)동안 독일 막스플랑크뇌연구소 연구원, 울름(Ulm)대 교수 등을 역임하며 독일에서 연구활동을 했었다.
파킨슨병은 뇌 깊숙한 부위에 있는 흑질이라는 곳의 신경세포가 줄어들어 생기는 병. 흑질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을 만드는데, 흑질세포가 줄어들면 도파민 결핍이 일어나 파킨슨병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치료약 중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레보도파 제제는 도파민 전구물질이다. (도파민 자체는 뇌혈관을 뚫고 들어갈 수 없어 전구물질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약은 장기간 투여했을 경우 약 기운이 돌 때 몸이 뒤틀리거나, 약 기운이 떨어졌을 때 몸을 움직이기 힘든 상태가 되는 등 부작용이 커 초기 환자들에게는 거의 처방되지 않는다.
그는 "아직까지 파킨슨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다"면서 "하지만 최근 썩 좋은 효과를 지닌 다양한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어, 발병 초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환자는 삶의 질을 높이고 정상 수명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학술대회는 비록 의사가 주최가 돼 열렸지만, 국내에서도 곧 환자들만의 단체가 구성돼 환자들과 가족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사회가 공동으로 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를 기대했다. "외국에서는 환자들만으로 구성된 파킨슨병 협회가 발족돼 환자들간에 질병정보에 대한 교환도 활발하다"면서 "미국에는 협회만 10개가 넘고, 파킨슨병 관련 재단결성, 연구비지원, 연구소설립 등 각종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송영주 의학전문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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