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종반에 접어든 가운데 6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국감이 막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수감중인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증인으로 출석, '통합신당의 일부 수도권 의원 총선자금 문제를 폭로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4·13 총선에서 공천과 선거자금 문제를 진두지휘했던 권 전 고문이 신당파를 겨냥, 폭로전을 펼 경우 정치권에 메가톤급 태풍이 몰아칠 것이란 관측이다. 권 전 고문의 측근도 "국감에서 흥미있는 얘기가 나올 수 있으니 지켜보라"며 은근히 불을 지폈다.
권 전 고문은 100억원대의 SK그룹 비자금에 대해서도 언급할 가능성이 있어 정치권 전체가 바짝 긴장한 상태다. 이날 국감에서는 또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향응 사건과 관련,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석도 예정돼 있어 파장이 적잖을 전망이다.
그러나 신4당체제 하에 처음 치러진 올 국정감사는 핵심 현안에 대한 겉핥기식 감사와 증인 불출석으로 인해 역대 최악의 '맥빠진 국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뚜렷한 쟁점 없이 재탕삼탕식의 천편일률적인 질의가 이어졌다. 민주당 분당사태와 총선 대비 등으로 국감준비가 원천적으로 부실했고 정부 관계자와 증인마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 부실감사를 부추겼다.
이라크 파병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선정 문제, 대통령 주변의 비리의혹, 국책사업 및 경제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정치공세나 상식적 수준의 발언만 쏟아졌을 뿐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북핵 문제 등은 아예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국감 NGO모니터단'은 "질의강도가 크게 떨어지고 증인의 불출석 및 국회모독이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여당 실종과 야3당의 묵시적 공조로 청와대와 국정홍보처 등 일부 부처는 집중포화에 곤욕을 치렀다. 대부분 상임위가 오후 6∼7시면 끝나 오후 10시 넘게 이어지던 '심야국감'은 없어졌고 국감장을 지키는 의원도 3∼4명에 불과했다.
안희정씨 등 대통령 측근과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 등 증인이 무더기로 불출석했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국감이 아니라 코미디"라고 돌출발언을 했다. 북한 인권운동가인 폴러첸씨는 유례없이 국감도중 퇴장해버렸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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