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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경영 시민운동" 은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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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경영 시민운동" 은 왜 없나

입력
200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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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회운동가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 이라는 책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종말'은 과장된 것일망정 날이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빈부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리프킨은 그런 음울한 세상에 대한 대안으로 시장도 아니고 정부도 아닌, 제3섹터의 육성을 제시하였다. 제3섹터란 NGO, 즉 시민단체들을 위시한 독립적이고 자발적인 영역이다. 리프킨은 정부가 시장 부문에서 일자리를 상실한 사람들을 위해 제3섹터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일자리란 자원 봉사다. 보상은 개인 소득세 감면 형식으로 지급되는 '그림자 임금'과 재훈련이다. 그로 인한 세원 감소의 문제는 자원봉사로 인한 정부 지출의 감소로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안은 좌우(左右) 양쪽에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욕심만 크게 부리지 않는다면 써먹을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한국에선 지방경제 회생을 위해 적극 검토해볼 만 하다.

최근 전남 여수에 사는 한 가족이 경남의 어느 여관을 찾아 모두 자살한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그 가족은 작은 슈퍼마켓을 경영했는데 근처에 들어선 대형 마트 때문에 빚만 늘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대형 마트로 인해 먹고 살 길이 없어진 영세 상인들의 수는 전국적으로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우리에겐 그런 통계조차 없다.

특히 지방에서 대형 유통업체로 인한 문제는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대형 유통업체는 대부분 서울 자본인지라 다 죽어가는 지방의 돈을 서울로 가져감으로써 지방경제에 또 한번의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게 어찌 유통 분야만의 문제이랴. 지방은 돈만 없는 게 아니다. 경영 노하우와 서비스 정신도 서울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서울의 대자본이 쳐들어오기 시작하면 지방 상인들이 당해낼 길이 없다. 공동체 정신의 쇠퇴로 '애향심'에 호소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

이걸 이대로 방치할 건가. '경영 시민운동'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지금 우리의 시민운동은 서울-지방의 문제와 경제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경제 문제를 다루는 시민운동도 국가 차원의 구조적인 문제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런 일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지만, 이젠 지방 상인들을 돕는 '경영 시민운동'도 병행해야 할 때다.

최근의 '사오정'(45세 정년) 현상으로 인해 실직한 사람들 가운데 경영 및 마케팅 전문가들이 귀향해 그런 일을 해보면 어떨까. 지방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인재의 결핍이기 때문이다. 이 일은 개인이 주도해서 하기는 어렵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사람을 모으고 사무실을 제공하는 등 최소한의 여건 조성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이것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다. 최소한의 금전적 보상은 있어야 하겠지만, 이 일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의미는 자기 고향을 위해 일하는 데에서 오는 보람과 긍지에 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들이 대거 참여한다면 지방은 '서울-지방'의 구도를 뛰어넘어 상품 판매에서부터 관광사업에 이르기까지 직접 해외를 상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경영 시민운동'을 통해 다 죽어가는 공동체 정신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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