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도 처방이라던 '9·5부동산대책'의 약발이 한 달도 안돼 사라지면서 부동산시장에 이상 징후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9·5대책' 이후 재건축대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급등세가 잡히는 듯했으나 잠시뿐, 이후에 나타난 부동산시장 움직임은 당초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쏟아질 것이라던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급락하리라던 가격도 잠시 묶여 있다 반등을 시작했다.이 같은 부동산가격 과열징후는 강남에서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고 최근에는 부산 대구 대전 등에도 '떴다방'이 등장하는 등 전국이 부동산 열기에 전염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강남 부동산가격이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근본대책을 세우겠으며 지금 대책으로 부족하면 그 이상 강도 높은 대책을 언제든지 실시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정부도 부동산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민간경제연구소는 더 나아가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주택가격의 거품 붕괴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 심대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10년간의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빠질 경우 우리 경제가 회생불능의 위기에 처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전문가들이 내수 부진, 투자 부진, 일자리 감소, 실업 증가, 산업공동화 심화 등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악재 중에서도 부동산 거품 붕괴가 가장 치명적이라고 보는 이유다.
경제 살리기 못지 않게 정부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는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터져 우리 경제가 침몰하기 전에 서서히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는 일이다. '백약(百藥)이 무효(無效)'였던 부동산시장에 약발이 먹히면서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는 게 정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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