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미국의 이라크 무기사찰 결과를 담은 '케이 보고서'를 근거로 이라크 공격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나섰으나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발견하지 못한 데 따른 비판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3일 백악관과 밀워키에서의 발언을 통해 "데이비드 케이 사찰단장의 보고는 사담 후세인이 생화학 실험실의 은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엔이 금지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려는 작업을 추진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는 20년 이상 수 천명의 인력과 수 십억 달러의 비용을 WMD 개발에 쏟아 부었다'는 케이 보고서를 인용하며 "이 보고서는 후세인을 축출하기 위한 군사행동이 정당했음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의 발언은 이라크서베이그룹(ISG)을 이끌고 이라크 무기 사찰 활동을 펴고 있는 케이 단장이 2일 중간 사찰 결과를 의회 등에서 증언한 뒤 미 언론이 '생화학무기를 제조하려 한 실질적인 증거를 발견했다'는 내용보다는 'WMD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과에 주목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4일 부시 대통령 측근들의 말을 "부시는 3일 아침 케이 단장의 조사결과에 대한 신문의 헤드라인을 보고 화난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적극적인 옹호 주장에도 불구, 케이 보고서 발표를 통해 이라크 WMD 미 발견에 대한 비판론의 차단을 노렸던 부시 정부의 의도는 갈수록 어그러지고 있다.
무엇보다 케이 단장 스스로 ISG 사찰 결과에 대해 혼란스런 평가를 내리고 있다. 케이 단장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몇 시간 뒤 연두교서에 포함됐던 이라크의 니제르 산 우라늄 구입설과 관련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민주당측의 공격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칼 레빈(미시간) 상원의원은 "대량파괴무기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은 것은 정부나 정보당국 또는 두 기관이 대중과 의회로 하여금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도록 하기 위해 증거를 과장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언론도 대체적으로 비판론에 가세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4일자 사설을 통해 "이라크 핵 개발 노력이 아주 초기 단계에 있다는 케이 보고서의 결론은 이라크가 핵 프로그램의 재구성을 끝냈다는 전쟁 전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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