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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불황땐 책도둑 많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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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불황땐 책도둑 많다는데…

입력
2003.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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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 사회면의 이런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 효도하려고 책 훔친 50대'. 참고문헌 살 돈이 없어서 신학 석사학위 논문을 쓰지 못했던 남자가 교보, 영풍, 서울문고 등에서 책 34권을 훔친 혐의로 붙잡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이다.그는 법정에서 파킨슨씨 병으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80대 노모에게 학위 논문이 "마지막 효도가 될까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이 폐결핵 환자인 것은 물론 형이며 조카까지 온통 병자 뿐인 집안에서 "적막과 고독이 죽음같이 무서워 책이라도 보려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2, 3년 사이 국내 대형서점에서는 책 도둑이 줄고 있다고 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책 도둑이라고 붙잡는 사람은 요즘 하루 한 두 명. 주로 10대로 학습 교재나 소설류, 아동물을 훔치다가 들키는 경우가 많다. 수년 전만 해도 이런 도둑이 하루 10명 정도 있었다고 하니 사정이 많이 나아진 셈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사서'(후미진 곳에서 책 도둑을 감시하는 사람)를 둔 것이 예방 효과가 크고 '책 도둑도 도둑'이라는 의식이 확산된 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 불황을 겪는 일본 서점은 사정이 좀 심각하다. 일본 잡지협회는 7월에 '카메라 달린 휴대전화를 이용해 정보를 기록하는 행위는 삼가 달라'는 포스터 3만 장을 제작해 전국 서점 2만 곳에 배포했다. 카메라 달린 휴대폰으로 서점에서 책의 필요한 부분만 몰래 찍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책 값 아끼려는 일본인은 갈수록 늘어 지난해 주요 서점 300곳에서 도둑 맞은 책이 평균 2,100만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수법도 단순 절도가 아니라 훔친 책을 팔아 돈을 마련할 목적으로 조직화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가 나빠지면 책 도둑은 늘게 마련이다. 외환위기 이후 경기가 최악이라는 올 가을 서점들이 갑자기 늘어난 책 도둑으로 몸살을 앓을지도 모르겠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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