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카와 순타로 원작 / 모토나가 사다나마 그림 고슴도치 발행 8,000원단순한 것일수록 상상력을 자극한다. 많이 비어있는 것일수록 많이 채워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 '몽글 몽글 몽글'을 보면서 절감하는 바다.
일본 현대시의 개척자로 불리는 다니카와 순타로(72) 원작에 1960·70년대 국제 화단에서 일본을 대표해온 화가 모토나가 사다마사(81)의 그림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단순미의 극치처럼 보인다. 단순한 형태의 그림과 의성어, 의태어로만 되어 있다.
책을 펼치면 첫 장에는 아무 것도 없다. 온통 파란 바탕, 오른쪽 위에 '쉬-이' 라고만 쓰여있다. 다음 장을 넘기면 아래쪽에 깔린 푸른 띠 위로 작고 동그란 무엇이 솟아오른다. 거기에 적힌 글자는 '몽글' 뿐. 또 넘기면 이 정체불명의 옹이 같은 것이 좀 더 커져 있고, 그 옆으로 또 다른 무엇이 살짝 솟아오르고 있다. 거기 적힌 말은 '몽글몽글', 그리고 '뽀록'이다. 계속 넘겨본다. '몽글몽글몽글―뽀록뽀록―앙!―우물우물―뽀오―또르릉―부우―부그르르―펑!-살랑 살랑―쉬이―몽글.' 본문은 이게 전부다.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그림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마음대로 이름 붙이자면 몽글이와 뽀록이 뿐이다. 점점 부풀어올라 책 꼭대기까지 닿은 몽글이가 뽀록이를 삼킨다. 우물우물 하더니 빨간 알 같은 작은 동그라미를 떨어뜨려 놓는다. 알은 몽글이 옆에서 점점 커지더니 펑 터지고, 거기서 나온 작은 부스러기들이 살랑살랑 날아간다. 그리고는 '쉬이' 하고 다시 조용해진다. 이제 이야기가 다 끝났나 보다 하고 책을 접으려니까 마지막 장면으로 몽글이가 한번 더 나온다. '몽글'이라는 글자, 그리고 처음에 봤던 그 작은 정체불명 동그라미가.
책은 이처럼 반복되는 구조를 통해 자연과 생명의 변화와 순환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그림 속 형태와 색깔의 미묘한 변화를 따라가는 것도 무척 즐겁다. 아기장수의 날개(그림책 기획집단) 옮김.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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