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핵무기의 제한적 사용을 포함하는 선제공격 방침을 담은 새 군사독트린을 발표했다. 3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일 전군 사령관 회의를 열고 국방부가 마련한 '군 현대화 계획 보고서'를 향후 10년간 러시아의 군사전략 지침으로 채택했다.보고서는 군사력 행사 의지를 언제라도 표명하고 전략적 억지력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회의에서 "러시아와 동맹국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선제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전략적 억지력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로는 "다양한 규모의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별개로 또는 동시적으로 사용해 공격하는 경우"을 들고 있다.
러시아는 2000년에 핵의 선제사용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이번 독트린은 좀더 사용 가능성이 높은 소형 핵무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독트린은 9·11 테러 이후 핵 무기 사용을 포함하는 선제공격을 군사정책으로 삼고 있는 미국에 대항하는 동시에 러시아 자체에 대한 테러 위협에 대한 대처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신형 소형 핵무기 개발을 추진 중인 미국과 새로운 핵 경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현재 국제법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와 폭 넓은 협력체제를 구축했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국방력 강화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1992년 이후 전군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며 "앞으로 더 이상의 감군은 없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앞으로도 미국과 군사·경제적 협력 외에 국제 테러 근절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현재의 공격적 노선에 근거한 군사동맹 형태를 계속할 경우 군사정책 전반을 수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러시아는 나토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직·간접적인 반(反) 러시아적 요소를 완전히 없애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나토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보고서가 나오게 된 데는 군 내부에서 미국의 일극 군사지배에 대한 강한 반발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정권 출범 후 미국과의 협력 노선에 따라 핵 전력을 감축하고 재래식 전력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이번에 군부의 여론을 수렴해 핵 무기 사용을 포함하는 선제공격론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러시아가 선제공격 방침을 확인한 것은 강대국의 군사적 일방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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