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일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송두율 씨 사건, 신4당 체제 등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소상하게 밝혔다. 송 씨 사건에 대해선 원칙에 따른 처리를 강조하면서도 말을 최대한 아끼려 했다. 노 대통령은 "(송 교수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든 대통령을 흔들려고 공격하고 있는 데 상식적 의견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등이 정치적 이념 공세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연한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원숙도가 드러난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또 검찰의 판단에 영향을 줄만한 사회적 메커니즘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들은 송 씨 사건의 처리와 관련, 법적인 잣대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성숙한 여론 향배'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중립'을 내세웠으나 청와대의 전반적 기류는 '관대한 처리'쪽에서 '법대로'쪽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송 씨가 말을 바꿔온 사실이 드러나 신뢰성이 떨어져 버렸다"며 "지금은 공소 보류냐 아니냐가 아니라 구속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 변화와 관련해선 통합신당에 대한 기대, 그리고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호남 배신'주장에 대해 "지역감정을 잘 이용하는 정치인은 계속 재미보고, 국민은 속에서 골병 들고 국회는 대결적으로 된다"며 격하게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엽적 말 꼬투리 잡아서 지역구도를 부추기고 그런 말 갖고 의원 계속하겠다는 것인데 양심들이 있어야지"라는 직설적 표현으로 일부 민주당 인사에 대한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 분당에 대해서도 "정당의 붕괴를 막는 것이 대통령의 임무일수도 있으나 지역분열적 정치구도가 와해되는 과정인데 굳이 막을 이유가 없었다"며 분당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각료들의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희망을 말해오지 않았다"면서도 "그밖에 무슨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지 못한다"고 말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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