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35m, 높이 7m, 지느러미 10m의 대형 고래 애드벌룬이 설치미술 작품으로 등장하고, 참석자 1,000명은 종이가면을 쓰고 가면무도회를 벌인다.4일 저녁 7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야외특설 무대에서 열리는 2003 서울공연예술제(예술감독 이종훈) 개막식은 한판의 축제로 꾸며진다. '공연예술! 그 무한한 공간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11월2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학전블루, 바탕골 소극장, 국립 극장 등 주요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서울 공연예술제는 국내외 무용과 연극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올해 처음 예술 감독제를 신설한 예술제는 신작들이 참가하는 경연 위주의 진행에서 탈피해 일정 정도 평가를 얻은 작품을 중심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해외 공식 초청작 6편을 비롯, 국내 연극부문 공식참가작 17편, 무용 12편, 자유 참가작 연극 19편 등이 공연된다.
해외 초청작 중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질 스페인 예술가 마르셀 리의 'EPIZIOO', 'AFASIA'는 보철물을 이용해 인간 육체의 무한 확장을 꾀하는 디지털 퍼포먼스로 엽기적이지만 새로운 형태의 공연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 최고의 연극제 황금마스크에서 2003년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리체이넘 극단의 'Oedipus―Rex'는 오이디프스 왕의 비극을 가벼운 소극(笑劇)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러시아 명연출가 벨랴코비치가 이끄는 유고자파드 극단의 '갈매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 연극은 극단 신화의 윤대성 페스티벌 '이혼예찬'(16∼23일·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을 비롯한 8개 작품과 극단 사다리움직임 연구소의 '휴먼코미디'(21일∼26월일·학전블루 소극장) 등 새로운 공간을 찾는 젊은 연극 8편, 올해 전국 연극제 최우수상 수상작 극단 창작극회의 '상봉'(6일·예술극장 소극장)이 공식 초청됐다.
무용 부문에서는 모린 플래밍의 '애프터 에로스'(After Eros·25, 26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가 서양인이 일본 부토를, 그것도 올 누드로 공연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프터 에로스'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고유의 정신 회복을 주장하며 등장한 일본의 독특한 무용 장르인 부토 작품이다. 온 몸을 하얗게 칠하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린의 몸짓을 감상하다 보면 성적 환상은 말끔히 사라지는 대신 인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만 남는다. 르 몽드지는 "로댕의 조각 같다"고 평했다. 2003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수상작으로 역동적이고 에로틱한 분위기의 'There Where We Were'(31, 1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와 현재 독일 사브르큰 주립발레단 돈론댄스컴퍼니 단원으로 활동 중인 이용인이 함께 하는 'Tatoo or not, Chocolate'(30, 31일 성균관대 새천년홀)도 초청된다. 국내 무용 공식초청작으로는 윤미라무용단의 '물빛그늘'(11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등 12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이밖에도 광화문 댄스 페스티벌, 마로니에 TTL 야외무대, 거리 연극제·음악제, 로비 음악회, 거리 퍼레이드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이종훈 예술감독은 2003 서울 공연예술제에 "다양한 퍼포먼스를 포함시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세부 일정은 홈페이지 www.spaf21.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3673―2561∼4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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