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10월4일 한국 최초의 발성 영화 '춘향전'이 서울 단성사에서 개봉됐다. 각본은 이기세가 썼고, 감독은 이명우였다. 두 주인공 성춘향과 이몽룡 역은 문예봉과 박제행이 각각 맡았다. 발성 영화답게 우리 영화 사상 처음으로 주제가를 삽입했는데, 작곡을 맡은 이는 홍난파였다.춘향전이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1922년이다. 이 최초의 '춘향전' 영화는 일본인 하야카와(早川孤舟)가 감독을 맡은 무성 영화였다. 배우들은 춘향 역의 한룡, 몽룡 역의 김조성 등 조선인들이었다. 첫 발성 영화 '춘향전'이 나온 이듬해인 1936년에는 이규환 감독이 '그 이도령'이라는 제목으로 두 젊은이의 사랑을 영화에 담아 그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1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규환 감독은 해방 뒤인 1955년에도 이몽룡 역에 이민, 성춘향 역에 조미령, 변학도 역에 이예춘을 내세워 '춘향전'을 선보였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연애는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러브스토리였던 터라, '춘향전'은 그 이후에도 수많은 영화인들을 유혹했다. 김향, 안종화, 이경춘, 홍성기, 신상옥, 이동훈, 김수용, 이성구, 박태원, 한상훈, 임권택 등의 감독이 이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고, 최은희, 홍세미, 장미희 등 당대의 톱스타들이 춘향 역을 맡았다.
당초 판소리로 생성돼 소설로 정착한 '춘향전'은 당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입에 담았던 속담이나 생생한 관용 표현들의 전시장이었다. 예컨대 '사위는 백년지객이라', '쏘아놓은 살이요, 엎지른 물이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심은 나무 꺾어지고 공든 탑이 무너졌네', '짝 잃은 원앙', '죽은 중 매질하기' '개구멍 서방', '죽으러 가는 양의 걸음', '대한(大旱) 칠년(七年) 비 바라듯', '구년지수(九年之水) 해 바라듯'.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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