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콴신 등 지음·백지운 등 번역, 대담 창비 발행·전 6권·각 권 1만원중국의 체제 개혁과 경제 발전을 새 동력으로 동북아시아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선두 그룹인 일본, 짧은 기간에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뤘고 남북 분단으로 주목의 대상인 한국. 동북아 공동체 구상 등 지역 협력 방안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은 세계의 관심에 대한 응답이자, 한편으로 이 지역의 미래가 일정하게 예견되는 증거로 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동북아의 미래를 낙관만 할 수도 없다. 나라끼리 간단치 않은 갈등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다, 중국은 시장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적지않은 혼란을 겪고 있으며 일본은 우경화 경향으로 주변국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과연 동북아 국가들은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 일본, 대만 학자 6명의 비판적 사회사상을 논문과 대담을 통해 소개한 이 책은 그 해법에 대한 동북아 지식인의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국민국가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내놓는 견해들이 우선 눈길을 끈다. 사카이 나오키(酒井直樹·57) 미국 코넬대 교수는 "모든 자기완결적이고 균질적인 공동성은 국민이든 민족이든 아니면 인종이든 타자를 배제하는 폭력성에 의해 관철되고 완성된다"며 "국민국가에서는 소수자에 의한 다수자의 폭력이 정당화되고 제국주의의 원동력으로 기능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국가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야마무로 신이치(山室信一·52) 일본 교토대 교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동아시아를 새로운 생활양식이나 가치를 창출하면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장이라는 역사적 공간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근대국가를 만든 주체인 국민이야말로 국가를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이라고 지적한다.
쑨커(孫歌·48)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국가 단위의 경계를 강조하거나 그것을 간단히 부정하는 것 모두 진정한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라며 그 사이의 이율배반적인 지적 긴장을 유지해야 진정한 동아시아적 시각을 세울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의 체제 변화에 대한 이른바 신좌파 중국 학자들의 시각도 깊이있게 읽을 수 있다. 신좌파의 기수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왕후이(汪暉·44) 칭화(淸華)대 교수는 사회주의의 시장화는 중국이 서구 근대의 논리에 일방으로 편입되어 가는 과정인 동시에 자본주의 세계질서 속에 편입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비판한다.
추이즈위안(崔之元·40) 미국 MIT 교수는 농촌 문제나 도시기업 소유권에 관심을 두면서 협동조합 사회주의적인 체제 변모를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 대만을 동북아의 변방이 아닌 동남아의 중심으로 설정하기 위해 식민과 냉전의 메커니즘을 동남아에 새롭게 적용하려는 대만 지식인 사회의 하위 제국주의적 시각을 비판하는 천콴신(陳光興·46) 대만 칭화(淸華)대 교수의 견해도 소개되어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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