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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총장 "美 결의안 못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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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총장 "美 결의안 못받겠다"

입력
2003.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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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2일 미국의 새 이라크 결의안을 통해서는 유엔이 이라크 전후처리 과정에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며 미국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들이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온 이 발언은 미국이 안보리 표결에서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은 물론 향후 결의안 승인에 따라 조직될 다국적군의 역할, 이라크 전후 처리과정 전반에 깊은 회의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난 사무총장은 이날 15개 안보리 이사국 유엔 주재 대사들과 가진 오찬에서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미국의 결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엔이 원하는 결의안은 전후 처리에 적절한 역할을 유엔에 부여하는 완전한 신임장"이라고 말했다.

그간 이라크 문제와 관련, 미국에 대해 비교적 관대했던 아난 사무총장이 직접적인 화법으로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논거는 2가지이다.

우선 그는 이라크 내 게릴라전과 테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의해 선출된 현 25인의 과도통치위원회 대신 이라크인들의 신뢰를 받는 과도정부로 하여금 헌법 제정과 총선거를 주도케 해야 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거듭 밝혔다.

이는 미국 구상에 따른 헌법과 이라크 정부가 향후 정통성 위기에 처하는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라크 인에게 주권을 이양하는 시한을 결의안에 못박아야 한다는 프랑스 등의 요구를 묵살한 채 1일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이라크 정부에 주권을 이양한다'는 내용의 결의안 수정안을 안보리에 제출한 상태이다.

아난 사무총장은 이어 "미군 점령당국과 유엔이 함께 이라크 전후 정치과정을 책임 지는 미국측 구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유엔과 미국이 공동으로 전후 처리를 주도하는 것은 누구도 전후 처리에 책임 지지 않는 무책임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미국측 결의안에 따를 경우 십중팔구 유엔이 허수아비로 전락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인도적 지원, 헌법 제정, 선거 관리 등의 임무를 맡는 유엔이 폴 브레머 최고 행정관이 이끄는 미군정과 협력해 이라크 과도 통치위원회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장 마르크 델라 사블리에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미국의 결의안에 명기된 유엔의 역할은 프랑스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대사는 "이라크인의 주권 회복을 위한 명확한 정치일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유엔이 핵심역할을 부여 받아야 한다"면서 아난 사무총장을 지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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