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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아름다운 홈런 조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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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아름다운 홈런 조연들

입력
2003.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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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이승엽(27·삼성)의 홈런드라마가 클라이막스로 치닫던 2일 밤.아시아홈런신기록에 대한 기원 한편에는 두가지 우울한 상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날도 수억원을 호가할 지도 모르는 신기록 홈런볼의 신기루를 좇는 잠자리채 군단은 어김없이 구장 외야석을 점령했다. 잠자리채에는 스포츠를 향한 애정보다는 돈에 대한 욕망이 더 짙게 배어있었다. 홈런이 터진다 해도 그 볼이 거대한 잠자리채 물결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어떤 민망한 광경이 벌어질까. 그 정도는 양보할 수 있지만 상대팀 투수가 정면승부를 피해 이승엽을 볼넷으로 내보내면 홈런축제가 또 난장판이 돼버릴 것이라는 걱정도 지우기 어려웠다.

저녁 7시를 알리는 벨소리가 울릴 무렵. 그 걱정은 기우로 결말이 났다. 홈런볼은 잠자리채를 피해 묵묵하게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손으로 들어갔다. 홈런기념행사를 준비하다 우연히 홈런볼을 차지한 이벤트 대행업체 직원 둘은 선뜻 기증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운을 잊지못할 추억이라고 '이름'지으면서 바라는 것은 이승엽이 자신들을 형님이라고 불러주는 것 뿐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조연은 또 있었다. 바로 정면승부를 마다않고 직구를 꽂은 롯데 투수 이정민. 비록 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그는 당당한 패자로 팬들의 기억에 자리하게 됐다.

긴 불황의 터널과 짜증만 나게 하는 뉴스로 가득한 요즘 상황에서 청량제처럼 쏟아진 아름다운 포물선. 이승엽이 쏘아올린 것은 우리의 희망이었다. 그 희망의 홈런드라마를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한 이들 3명의 조연들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병주 체육부 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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