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생화학무기를 제조하려고 한 실질적인 증거는 발견했다."이라크 현지에서 대량살상무기 유무 조사를 하고 있는 '이라크 서베이 그룹(ISG)'이 2일 미 의회에 제출한 중간 보고서의 결론이다. WMD 조사는 계속 되겠지만 이 보고서가 사실상 최종 결론이라는 점에서 '리크 게이트'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데이비드 케이 ISG 단장은 이날 미 상·하원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현재로서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거나 과거에도 없었다고 단정할 상황은 아니며 최종 결론을 위해서는 6∼9개월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ISG는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임명한 케이 단장 지휘 아래 이라크전 참전국인 미국, 영국, 호주 세 나라 전문가 1,200명으로 지난 5월 출범했다. 이후 지금까지 다섯 달 동안 이라크의 의심 시설과 지역을 이 잡듯 뒤졌지만 침공 명분으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물증은 찾아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작년 9월 유엔 연설 등에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전세계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 부시 대통령은 정당성과 정직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공화당의 팻 로버츠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번 보고로 행정부가 전쟁 전에 했던 발표들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다이앤 페인스타인 상원 의원은 "미국의 정보기관에 구멍이 뚫렸다"고 지적했다.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의 리 해밀턴 전 하원 의원은 특히 "이라크 WMD 발견 실패는 북한과 이란의 핵 계획에 대한 미국 정보의 신뢰성에도 문제를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3일 중간 보고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케이 단장은 (보고서에서) 후세인이 위협적 존재이자 세계에 대한 심각한 위험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며 이 보고서가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