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31)은 올해 충무로가 거둔 최고의 수확 가운데 하나로 꼽히게 될 듯하다. 1994년 KBS 드라마 ‘사랑의 인사’에서 영화감독 지망생으로 나온 이후 그의 무대는 방송사가 있는 여의도였다. 은테 안경에서 풍기는 세련된 풍모, 찰랑거리는 머리결, 아이스크림 같이 부드럽지만 느끼하지는 않은 미소를 앞세워 10년 아성을 쌓았다. ‘젊은이의 양지’, ‘첫사랑’, ‘겨울연가’등 그의 히트작은 헤아리기 어렵다.이재용 감독의 신작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통해 그는 그 동안의 말끔하고 온화한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조원 역을 맡아 냉정한 표정 뒤에 숨긴 음탕한 속마음과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진한 성적 대사를 통해 그는 조선시대 제일가는 탕아로 분했다.
요부 조씨부인(이미숙)과의 아슬아슬한 심리 게임을 비롯해 수절 과부 숙부인(전도연)의 정절을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주는 표정 연기는 노회하기 그지 없다.
자신이 무너뜨린 여자는 꼭 춘화로 남기는 개성도 재미있거니와, 후반으로 가면서의 심리 변화도 꽤 능란하다. “내 안에 있는 다른 모습 찾을 수 있어 기뻤다”는 게 영화 데뷔 소감이다. 90년대초 연출부로 충무로에 들어섰던 배용준은 10여년만에 누구보다 화려하게 충무로로 복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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