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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간성까지 파괴하죠"/ 베트남작가 반레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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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간성까지 파괴하죠"/ 베트남작가 반레 방한

입력
2003.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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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전쟁 외에 어떤 전쟁도 옳지 않다."1일 방한한 베트남 작가 반레(54)는 "전쟁은 경제와 문화 뿐 아니라 인간성 자체를 파괴한다"며 "미국의 베트남 전쟁은 옳지 않은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인사동에서 시인 김지하 김정환씨, 소설가 최인석 김영현 방현석씨 등과 함께 한 자리에서 반레는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우정에 대한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며 "베트남과 한국 모두 전쟁을 겪은 나라인 만큼 서로가 깊은 정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레는 시인이자 소설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전방위 문화인'으로 최근 장편 '그대 아직 살아있다면'(실천문학사 발행)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그는 한국 문학작품 중 김지하 김정환씨의 시와 황석영씨의 소설 '무기의 그늘', 이대환씨의 소설 '슬로우 불릿' 등을 읽어 봤다면서 "베트남 문학이든 한국 문학이든 모두 다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 작품을 자본주의적인 것과 사회주의적인 것으로 가를 수는 없다"면서 "인간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는 작품이라면 그것이 훌륭한 문학"이라고 말했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 그는 "남이 얘기할 문제가 아니며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한국 국민과 한국 정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의 한류(韓流) 열풍에 대해서는 "베트남 문화는 아직까지 계몽적인 수준"이라며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의 TV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은 문화적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편으로 높은 예술적 성취를 이룬 한국 작품이 많이 있을텐데, 베트남에서는 대중적 분야를 먼저 접하게 돼 아쉽기도 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자리를 함께 한 김지하씨는 "서양 중심의 문명은 쇠퇴하고 있으며 새로운 문명의 중심이 동아시아로부터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면서 "한국과 베트남이 손잡고 이 예언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축원했다. 그는 "경험 많은 노인은 오래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 반레씨가 오래 살아 베트남 문화를 환히 빛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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