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에 관한 독신 직장여성들의 고민을 수다로 깜찍하게 풀어낸 변종 로맨틱 코미디. ‘싱글즈’(감독 권칠인)는 충무로의 성 담론을 한 뼘 넓혔다는 평을 들으며 전국 220만 관객을 모았다. 현실감이 묻어나는 대사, 엄정화와 장진영의 코믹한 표정 연기가 돋보인다.저마다 생활전선의 고민과 짝찾기로 방황중인 네 독신이 주인공. 나난(장진영)은 애인에게 절교 선언을 들은데다 설상가상 디자이너에서 레스토랑 매니저로 발령난다. 소꼽친구 정준(이범수)에게 얹혀 사는 동미(엄정화)는 부하직원에게 성 희롱을 일삼는 상관을 망신시키고 쫓겨난 뒤 새 사업을 구상한다.
“쿠폰 줄까?”(나난이 결혼식장에서 만난 옛 남자친구에게 하는 말), 또는 “네, 손님.”(다른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아가씨’라고 누군가 부르자 대답하며) 같은 대사를 통해 직장인의 비애 위에 익살을 얹는 방식이 돋보인다.
거기에 “맛을 봐야 아냐? 척 보면 알지”, “너 거미줄 칠 때 됐겠다” 등 감칠맛 나는 성적인 대사를 적절히 뿌렸다. 감질나지만 엉큼한 대사로 섹스에 관한 상상력을 펼치는 솜씨가 제법이다. 그러나 동거와 혼전 성관계에 대해 과감하게 들어가지 못하고 변죽만 울린 점은 아쉽다. 15세가.
‘싱글즈’가 내숭형이라면, 98년에 나온 ‘처녀들의 저녁 식사’는 좀 더 대담하다. 역시 스물 아홉인 독신 여성들의 섹스에 관한 잠재의식을 처음으로 솔직하게 드러냈던 영화. 프리섹스주의자인 디자인회사 사장 호정(강수연), 한 남자에게만 집착하는 호텔직원 연(진희경), 대학원생 순(김여진)등 3명과 연의 애인 영작(조재현)이 순의 집에 모여 풀어내는 섹스에 관한 수다가 볼만하다.
‘열 남자 마다 않는’ 호정의 거리낌 없는 섹스, 조금씩 멀어져 가는 애인과 하는 연의 건조한 섹스, 애인 친구와 우연히 함께 있다가 임신까지 하게 되는 순의 섹스가 서로 대비되어 이야기를 짜나간다. 5년 후배 격인 ‘싱글즈’의 주인공과 비교하자면 직장에 관한 고민보다 오르가즘에 관한 고민에 더 골몰하는, 조금은 철 없는 그러나 시원하고 화통한 여성들이다. 조재현과 연이 스쳐가는 남자인 설경구가 왜소하고 착하게 보일 정도다.
“그거말고 애무를 하다보면 아, 이젠 넣고 싶다, 할 때가 있잖아” 같은 파격적인 대사가 인상적이다. 노골적인 대사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베드신에서도 이어진다. 과감한 노출보다는 야릇한 대사로 현실감을 높였다. ‘바람난 가족’의 감독 임상수의 데뷔작. 18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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